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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식
  • 16-06-09 16:37
  • 705

[청류좌담] -한국경제, 어떻게 할 것인가? 시리즈 1- (Part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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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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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 실패정부국책은행이 책임 져야




금융산업, 너무 낙후돼 있다

 

김영진: 금융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엄청 낙후돼 있고 문제도 더 많다. 일반인들은 그 심각성을 잘 모른다. 예컨대 기업 하나가 넘어가면 노동자들이 당장 실업자가 되고 소리가 요란하다. 금융이 잘 됐다면 그 고용효과가 대단했을 것이다. 꼭 필요한 곳에 투자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게 금융산업이다. 우리 금융은 타 산업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 ‘잃어버린 고용 효과를 생각해 볼 때다. 이런 건 신문에 나지 않는다.

김윤수: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없다기보다 수익성이 형편없다. 수수료 책정 자율성조차 없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도 은행은 수익성이 다가 아니다는 인식도 있는 게 현실이다. 즉 유틸리티의 문제라는 견해다.

김영진: 그러니까 정책하는 사람들이 은행은 수익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수익을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성재: 실물경제는 1970년대 이후 계속 개방, 개방을 해왔다. 다 열고 농업, 금융만 남아 있다가 나중엔 농업까지 열었다. 처음엔 농민들이 반대했지만 지금은 경쟁력이 있어, 고부가가치 농산물들이 나오고 있다. 금융을 열지 않는 이유가 뭔지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금융은 실물경제의 뒷면이다. 1960년대 수출을 지원하면서부터 금융이 발전했다. 그 후엔 블로킹이다. 칸막이. 밖을 막고, 국내에선 1, 2부 금융권으로 나누고. ‘그들만의 리그. 이래서는 인재 양성이 되지 않는다. 현재 우리 증권 상품의 상당수가 외국 것이다. 우리는 외국에 수수료 주고.

김영진: 정말 똑똑한 대학졸업생들 금융권에 많이 갔다. 그게 끝이다. 환경이 그러하니 클 수가 없다. 금융위원회 위원장 자리는 해외경험도 많은 사람이 가야 한다. 재무부, 기획원 출신이 무얼 알겠는가? 금감원장도 경험 많고 덕목도 많은 사람이 가야 한다. 삼성전자 사장? 세계 최고경영자 중 한 사람이다. 

 

금융권 사람들, 직업윤리 해이 심각

 

교육도 마찬가지다. 좋은 상과대학, 경영대 나와서 금융권에 진입한 인재들. 그들은 혜택 받은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챙길 것 다 챙기고 정치권에 줄 잡아서 좋은 자리 가려고 다투고. 직업윤리 문제다. 내가 (교수직) 은퇴 후 줄곧 생각하고 있는 점인데, 졸업생들 A/S에 나서야겠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거다. 정말 실망할 때가 많다.

이성재: 그건 빙산의 일각이다.

김영진: 요즘 변호사 사건들 신문에서 보니까 상과대만이 아니라 서울대 법대도 못지 않던데.... 부끄러움을 모르면....

이종수: 결국 사회의 책임있는 공공분야에서 종사하게 될 인재들에게는 윤리교육을 특히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성재: 옛 상공부 출신들 만나면 한결같이 금융산업이 가장 뒤쳐졌다고 걱정한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

김윤수: 금융이 개방측면에서는 될 만큼 됐다. 우리나라에도 시티은행이나, SC은행이 들어와 있지 않느냐? 다만 우리 회사에서 아시아 각국의 규제 정도를 검토한 게 있는데 전에는 중국, 일본이 1,2위였는데 재작년부터는 우리나라가 1위다. 바클레이즈 등 외국은행들이 영업이 안 되니까 다 본국으로 철수하고 있다. 금융산업이 세계적으로 다 어려운 거야.

이종수: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조정 방식과 관련하여, 일부 학자들은 이득(gain)은 제 주머니에 넣고 비용과 부담은 사회화(socialize)하는 도덕적 해이가 확산된다는 점을 우려하는 데, 그게 아니라, 회사 부도내고, 책임자 처벌하고, 합병하고 하는 문제를 시장에 더 많이 맡기는 방식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

김윤수: 수익은 사유화, 비용은 사회화한다 이거지?

이성재: 1차 책임은 기업이 지고, 구조조정과 공적자금 투입은 사회가 맡는다는 거지?

김영진: 미시적 시각에서 보자면, 기업과 채권단 소속 다수의 은행 간 협상인데, 은행 간 이해가 달라 항상 최적의 결정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지. 그래서 더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기 위해 정책기관이 있는데, 그게 지금처럼 제 구실 못하고 오히려 구조조정의 장애물이 되고 있으니 온갖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지.

이종수: 구조조정을 국책은행에만 맡기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김영진: 시장에 맡기면 대개 합의가 되지 않고 청산 절차를 밟는 경우가 많다. 살릴 수 있는 기업인데도 그리되면 좋지 않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성재: 청산에 들어가면 재판부는 채권자들에게 조금씩이라도 나눠가지라고 권한다. 일례로, 골프장이 망해서 청산하는데 회원들에게 줄 돈이 별로 없다고 골프장 측에서 나오자 35천만원에 회원권을 산 회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재판부는 은행은 투지액의 50%, 회원들은 회원권의 17.5% 기준으로 상환 받도록 판결하고 끝났다. 구조조정은 잘못되면 한 푼도 못 받고 끝날 수도 있다.

이종수: 구조조정 한다면서 아무런 잘못도 없는 국민들에게, 공적자금이란 애매한 이름으로, 모든 부담을 지우는 게 옳은 일인가? 기업이 죽도록 내버려 두던지, 알아서 살아나던지 해야지. 국책은행이나 정책 입안 책임자가 책임도 져야 하고......

김영진: 때에 따라서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리는 게 국민 부담을 줄이는 길일 수 있다. 잘못된 결정은 안하는 것만 못하다.

김윤수: 산업은행 민영화 문제는 이명박 정부 때 추진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없던 걸로 됐다. 조선, 해운은 대마불사(大馬不死)’와 비슷하다. ‘Too big, too fail’이다, 고용에 미치는 영향, 국제적 산업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쉽게 버릴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김영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야단칠 것은 야단치고, 시스템을 바꾸고 해야 한다. 이대로 넘어가면 안 된다. 앞으로 우리 산업이 큰 도전에 직면할 텐데, 예컨대 반도체도 어떻게 될 지 장담할 수 없다. 반도체, 그거 굉장히 위험한 산업이다.

김윤수: 전번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사태를 보자, 거긴 근로자도 별로 많지 않은데 필리핀 수빅만으로 옮긴다고 하자 희망버스니 뭐니 해서 정치인들이 내려가 난리가 났지 않느냐? 이건 덩치가 세계적인 규모야, 잘못되면 감당 못할 수도 있어. 타협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정리자: 김윤수 대표가 마무리 해주는 게 좋겠다.

 

밀려오는 도전에 새로운 전략과 변화로 맞서자

 

김윤수: 구조조정이 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바로 잡아주는 계기가 되겠지만 앞으로 상당기간 험로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도전에 맞서 산업의 새로운 전략, 신축성 있는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철강은 이미 상당부분 구조조정이 됐다. 동부제철도 문을 닫고.

이젠 우리도 정부 차원의 산업정책은 없다고 들었다. 민간이 제일 잘 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런 전제하에 산업이 변화돼 왔다. 일본은 정부가 근래 어떻게 해왔는지 앞으로 연구해 볼 과제다.

미국은 정부가 GM과 크라이슬러를 정책금융으로 지원했다. GM은 주주, 노동자를 희생시키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작은 회사로 다시 태어났다. 책임자들은 떠났고, 노동자들은 복지가 대폭 줄었다. 우리가 참고해야할 사안들이다.

이성재: 기업은 그렇다 치고 요즘 개인회생이 너무 쉽게 이루어진다. 브로커들이 개입해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벤처나 창업하는 건 모르지만.

 

 

 

<정리: 운영위원 이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