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이것만은 바꾸자(5)
선거제도 개혁과 사법 개혁이 문재인 행정부의 핵심적 개혁 과제다.
2019년 1월 24일 새벽, 전직 사법부 수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우리나라 사법 사상 최초로 발부되었다. '촛불집회'를 계기로 집권한 문재인 행정부는 그동안 가히 혁명정부라 할 만큼 의욕적으로 전방위적 개혁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집권 2년차가 지나면서 문재인 행정부의 개혁작업은 도처에 깊이 뿌리내린 '기득권 집단'의 사생결단(死生決斷) 식 저항에 직면하여 비틀거리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 영장 발부는 문재인 행정부의 개혁 작업을 한 번 더 추동하는 새 에너지로 작동할지 모른다. 그러나 향후의 개혁 작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더욱 정교하게 기술적으로 추진・관리되지 않으면 아니 된다. 개혁 과정은 일반적으로 [① 국정 기조 제시→② 제도화→③ 정책의 구체화 및 추진]으로 이루어진다. ① 단계의 ‘국정 기조’는 추상적・상징적으로 표명되기에, 저항집단은 이 단계에서 직접적으로 맞서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② ③ 단계의 제도화 및 정책의 구체화 단계에서는 기득권 집단이 결사적으로 저항하기 마련이다. '사립 유치원 개혁' 등에 대한 저항이 그 사례에 해당된다.
지난해 연말 필자는 한국행정학회에서 발표한 글에서, 문재인 행정부는 결과적으로 '개혁에 성공하지 못한 아마튜어 행정부'라는 평가를 면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 이유는 집권 세력이 ‘촛불 시위’로 집권한 ‘혁명 정부(?)’를 자처하면서 ‘적폐청산’의 명분아래 전선을 사방으로 확대하여 너무 많은 이슈를 붙들고 씨름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것도 기술적으로 정교하게 접근하지 않고 오만하게 '나를 따르라(Follow me!)'는 단순 전략으로 윽박지르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아무리 큰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문재인 행정부의 개혁 성공을 기대한다. 이러한 기회는 몇 백 년에 한번 올까말까 한 개혁의 호기이기 때문이다. 개혁은 소수만이 추진할 수 있고, 그 성과 또한 미미하게 마련이다. 이곳저곳의 많은 제약이 따르는 공공 부문은 그렇다 하더라도,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민간 부문에서도 손익계산상의 성과를 거두기는 극히 힘들다. 개혁은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관리되어야 한다.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을 파견하면서 미군과의 첫 전투는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고 마오쩌뚱이 강조했듯이, 개혁의 초창기에 적시의 성공 사례(timely short-term wins)가 가시화되어 구성원들의 에너지를 결집해야 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지지집단도 의식적으로 육성되어야 할 것이다.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무조건 ‘따르라’고만 외칠 일이 아니다.
시간적 제약 속에서 개혁을 실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여러 관련 개혁의 밑에 놓인 주춧돌부터 제대로 놓아야 한다. 우리 사회 개혁의 주춧돌은 선거 제도의 개혁과 사법 개혁이라 할 수 있다. 일체의 사회적 이해관계는 사법 제도에 의해 판가름되는 바, 사법 제도는 그만큼 중요하다. 문재인 행정부가 사법농단 척결을 의욕적으로 앞세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른 한편 민주사회에서 일체의 사회적 제도는 국회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드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국민의 의사를 곧이곧대로 반영할 수 있는 정치제도가 운영된다면, 개혁이 그만큼 순조로울 수 있다. 고리공직자수사처의 설치도 쉬울 것이며, 사립유치원의 비리 문제도 곧바로 교정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겠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정치집단 간의 다툼이 치열하다. 국회의원 의석수를 정당의 득표율과 연동해서 나누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원 구성이 민심을 가장 정확하게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백년 앞을 내다보는 든든한 개혁의 초석(礎石)을 놓고자 한다면 그리고 역사적으로 평가받는 개혁적 정치지도자로 평가받고자 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사법 개혁을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내야 할 것이다. <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