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림단상 1710] 우리 사회 이것만은 바꾸자(2-2) -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그리고 공정사회 건설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논란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이러다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새정부 임기를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적어도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2020년 5월 29일까지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장군멍군’ 식의 주거니 받거니 정국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 탄생에 기여한 일부 지지집단은 “적폐청산에서는 인적 청산이 핵심이다”고 부르짖으면서 기관 및 개인의 과오 재조사와 처벌을 요구하는가 하면, 집권당은 ‘적폐청산위원회’까지 구성하여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이 정부가 끝나는 2022년 5월 10일까지 과연 무엇을 실제로 개혁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출범 5개월이 지난 이 시점까지 아직 샅바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적폐청산은 인적 청산부터 시작하는 것이 당연할 뿐만 아니라, 생략할 수 없는 수순이기도 하다. 그러나 죽기 살기로 덤빌 구체제 인사들의 저항을 생각하면 좀 더 정교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현실적’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적폐청산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은 후보 시절의 그것에서부터 진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2017년 1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문재인의 정책 구상’ 첫 시리즈 ‘권력 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 좌담회’에서 청와대·검찰·국정원 등 권력 기관의 적폐 청산 3대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7월 19일의 국정 과제 보고 대회, 그리고 8월 17일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적폐 청산’에 대해, 특정 사건 및 집단에 대한 조사와 처벌 이런 것이 적폐 청산의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제가 생각하는 적폐 청산은 우리 사회를 아주 불공정하게, 또 불평등하게 만들었던 많은 반칙과 특권들을 일소하고 우리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비슷한 수준의 가치를 내세워 서로 싸울 때는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은 ‘두 당사자 간(one of them)의 다툼’으로 초점이 흐려지기 쉽다. 비슷한 수준의 가치를 내세워 쉽게 끝나지 않을 싸움은, 대들기가 쉽지 않은 더 높은 수준의 가치를 앞새워 해결하는 것이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청산 논리가 ‘구체제 청산’에서 ‘공정사회 건설’로 진화하는 것은 이런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깃발 들고 시위하는 것과 같은 집권당의 행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잘못이 있으면 조용히 현행 법대로 처리하면 될 것을, 무슨 위원회까지 구성하여 일부러 싸움을 걸 필요가 있는가? 승자에게는 아량도 필요한 법이다.
새 정부가 당초 구상한대로 개혁을 원만하게 추진할 수 있기 위해서는 내년도에 예정된 지방선거를 계기로 정계 개편을 시도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세력 분포와 다당화 추세를 감안하면 정계 개편이 여간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적폐 청산’이 일부 사회 집단이 주창하듯이 몇몇 상징적 인물의 ‘인적 청산’에 그치거나 새로운 집권 세력이 권력 상실 집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빼앗는 정치ㆍ사회적 보복과 한풀이에 그쳐서는 우리 사회에 미래가 없다. 적폐청산은 반드시 공정한 경쟁 규칙을 회복하는 제도 개선으로 연결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