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림단상 1702] 우리 사회, 이것만은 바꾸자(2) - ‘이해충돌배제’ 원칙을 실질화하여 공정 사회 이룩하자 > 청류담론

본문 바로가기주메뉴 바로가기

청류담론

  • 사회적 발언대
  • 생활 발언대
  • 주요 외국언론의 칼럼
  • 많이본 칼럼

개인 컬럼
HOME > 청류담론 > 개인 컬럼
청류담론
  • 우림단상
  • 17-03-06 20:32
  • 15,577

[사회적 발언대] [우림단상 1702] 우리 사회, 이것만은 바꾸자(2) - ‘이해충돌배제’ 원칙을 실질화하여 공정 사회 이룩하자

본문

[우림단상 1702] 우리 사회, 이것만은 바꾸자(2)

 

‘이해충돌배제’ 원칙을 실질화하여 공정 사회 이룩하자

  

 

 

  인간사회는 다양한 이해(interest)가 서로 부딪치는 곳이다. 상호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안정적으로 조정ㆍ균형화시킨 것이 법과 제도다. 공직자들의 기본 책무는 사회구성원들이 합의한 이와 같은 법과 제도를 수호하는 것, 다른 말로 하면 공익(公益)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공직자들도 한 사람의 생활인이다. 오래전의 얘기지만, 플라톤은 공직자들이 공익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집․토지․금전 등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을 펴기까지 했다. 그 대신 공직자들의 삶의 비용은 국가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그는 생각하였다.


  공직자들의 사익과 공익이 서로 충돌하는 것을 ‘이해 충돌(conflict of interest: COI)’이라 한다. 공익과 사익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로마 시대 이래 “어느 누구도 그 자신이 연루된 사건의 재판관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nemo judex in causa sua; No one can be judge in his own case)”는 법언(法諺)을, 공적 업무 처리의 한 원칙으로 삼았다. 이른바 ‘이해충출 금지’의 원칙이다.


  우리나라 ‘공직자윤리법’은 제2조의2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공직자가 수행하는 직무가 공직자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되어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야기되지 아니하도록 이해충돌의 방지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른바 김영란법)’에는 ‘이해충돌 방지조항’이 아예 빠져 있다. 


  당초 원안에 들어 있던 김영란법의 두 축 가운데 하나인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6개월 넘는 국회 정무위 논의 과정에서 여야 합의에 의해 빠지게 된 것이다.  ‘이해충돌방지’ 조항 삭제의 주된 논리는 ‘적용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고 애매모호한 해석의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당초 ‘행정부소속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구상되었던 원안에 국회의원은 물론 언론인과 사립대학교 교직원까지 포함시키게 됨에 따라 적용 대상이 수백만 명으로 늘어나게 되었다는 점에서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어떻든 우리의 법체계에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소위 김영란 법에서는 아예 빠져 버렸고, 그나마 ‘공직자윤리법’에는 관련 규정이 들어 있으나, 위반 시의 ‘처벌 규정’이 없어 선언적 의미밖에 지니지 못하는 ‘종이제도(paper institution)’에 불과하다. 


  궁극적 해결책은 김영란법을 보완하여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넣는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구성원들과 정치인들 특히 입법자(lawmaker)로서의 국회의원들의 의식수준이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상당기간동안 현실화되기 힘든 방안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해결책은 별도의 개별법을 제정ㆍ보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공직자윤리법’에 처벌 규정을 넣는 것도 그 중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뇌물부당이득 및 이해충돌방지법’을 1962년부터 운용해 오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 ‘대가성에 관계없이’ 공직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엄격하게 법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세 번째 해결책은, 가장 손쉽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기존의 ‘공직자윤리법’에 규정되어 있는 ‘이해충돌 방지’ 원칙을 법적 근거로 삼아, 각종 공사(公私) 조직의 규칙ㆍ내규ㆍ지침ㆍ정관 등에 반영ㆍ실질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굳이 국회에서 새로운 법률을 제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며, 또한 별도의 처벌 규정을 마련할 필요도 없다. 각 기관의 내규나 정관 등에 반영된 이해충돌 방지 원칙이 비록 선언적 차원에 그친다 할지라도, 각 기관의 내ㆍ외부 감사에서 이 원칙을 벗어난 조치에 대한 지적과 시정 요구가 지속될 경우 실질적인 행태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해충돌 방지’ 원칙은 우리 사회의 일부 제한된 영역에서는 ‘실질화’되어 있으나 대부분의 영역에서는 아직 제도적으로 눈감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각 대학들은 직계자녀 등이 대학에 지원할 경우 해당 교직원을 입시 업무에서 손을 떼도록 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18조에는 ‘법관 기피 신청’ 제도가 규정되어 있다. 법관 기피 신청 제도는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을 경우 검사 또는 피고인 등이 법관의 배제를 신청하는 제도”다. 지난 2월 22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인이 강일원 주심 재판관에 대해 기피신청을 낸 것이 이 사례에 속한다. 


  2011년 7월의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수험생 자녀를 둔 고교 교사들을 4년간이나 출제ㆍ검토위원에 포함시켜 왔다는 쇼킹한 사실을 밝혀냈다. 2001년에는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 위원이 노량진수산시장을 인수하기 위해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또한 2005년 초에는 경제부총리가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지역특구위원회에서, 부인 명의의 임야와 밭이 소재한 지역을 ‘경관농업특구’로 지정한 사실을 언론이 폭로ㆍ보도한 적이 있다. 이 모든 사례가 ‘공직자가 지켜야 할 공익’과 ‘공직자 개인의 사적 이익’이 서로 충돌한 사례에 속한다. 


  우리 사회에서 전형적인 ‘이해충돌’ 사례는 입법부에서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우리 국회에서는 대부분이 변호사로 구성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위원들이 자신들의 사적 이익과 직결된 사법 정책을 다루고, 사설학원 원장 출신들이 교육위원회에서 학원 정책을 다룰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도둑들에 의한 통치(kleptocracy)’가 제도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시정하기 위한 지방의회 차원의 혁신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7년 전주시의회는 조례 개정을 통해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및 그 직계존비속의 영리사업과 관련된 상임위원회 위원이 될 수 없다”고(조례 제4조) ‘이해충돌 회피’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의도 정치에서는 ‘마피아 국가(mafia state)’를 방지하기 위한 어떠한 움직임도 없다. 국회의 진정한 개혁은, 단지 세비 몇 푼 삭감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이해충돌방지’ 장치는 공정 사회 건설의 전제조건이자 반부패정책의 핵심 장치라는 점에서, 반드시 ‘실질화’되어야 할 우리 사회의 과제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