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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12-14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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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발언대] [우림단상 1612] 우리 사회, 이것만은 바꾸자(I) - ‘반꼬리법’ 제정하여 사법적 본질왜곡을 방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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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림단상 1612] 우리 사회, 이것만은 바꾸자(I)

 

반꼬리법제정하여 사법적 본질왜곡을 방지하자

 

 

 

몸통을 흔든다(Wag the Dog)’는 블랙코미디 영화가 있다. 래리 바인하트의 소설 미국의 영웅(American Hero)’을 영화화한 1997년 작이다. 얘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대통령의 미디어담당 대변인과 영화감독이 대통령의 섹스스캔들을 덮기 위해 전쟁을 날조한다는 줄거리가 그것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은 주식 시장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등 이른바 '큰손'들이 선물시장과 현물시장의 가격 차이를 이용하여 차익을 챙기고자 할 때, 즉 꼬리인 선물시장을 이용하여 몸통인 현물시장의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차익거래' 기법을 사용할 때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

 

불교에서는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는 의미로 지월(指月)’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능엄경(楞嚴經)2권의 다음 문구에서 따온 말이다. “어떤 사람이 손으로 달을 가리켜 다른 사람에게 보인다면, 그 사람은 손가락을 따라 당연히 달을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가 손가락을 보고 그것을 달의 본체로 여긴다면, 그 사람은 어찌 달만 잃은 것이겠는가, 손가락도 잃어버린 것이다.(如人以手指月示人, 彼人因指, 當應看月, 若復觀指, 以爲月體, 此人豈唯亡失月輪, 亦亡其指)”

 

지월기법은 우리 사회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사기적 수법이다. 특히 권력에 흠집을 낼 가능성이 있는 사안에 대해 그것을 덮기 위해 권력층이 즐겨 활용하는 수법 가운데 하나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20161128일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권력과 법에 의지하는 스타일은 전형적인 꼬리 수법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행정학자 바흐라크(Peter Bachrach)와 바라츠(Morton S. Baratz)1962년 논문에서 제시한 무의사결정(non-decision making)’의 개념도 꼬리 수법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무의사결정은 지배집단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사회적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에 red complex 등 사회적 편견을 동원하여 질식시키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 사유화사건에 연루되어 사회를 시끄럽게 만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꼬리 수법을 즐겨 사용한 전형적 법률기술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우 전 수석은 201411월 불거진, 이른 바 비선에 의한 국정농단사건의 본질을 문건 유출 사건으로 왜곡하여, 다른 말로 하면 권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사건의 본질을 꼬리로 가려 깔끔하게(?) 정리한 공로로 민정비서관에서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승진한 인물이 아닌가? ‘문건 유출 사건으로 고초를 겪은 한 경찰 공무원은, 수사 과정에서 사건의 본질인 비선 국정농단사건 내용보다는 문건 유출에 초점을 맞춘 가혹한 수사만 먼지떨이 식으로 진행되었다고 증언하였다.

또한 2005년의 이른바 삼성 엑스파일사건의 처리 과정에서도 전형적인 꼬리 수법이 활용되었다. ‘삼성 엑스파일사건은 1997년 삼성그룹이 전·현직 검사 7명에게 떡값(뇌물)’을 제공한 사실을 당시 국가안전기획부 직원이 불법도청을 통해 녹취한 사건을 말한다. 2005년 당시 이 사건의 테이프 녹취록을 보도한 기자 등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혐의로 징역 6개월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으며, 뇌물을 받은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 국회의원(당시)2013년 대법원에서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확정 받아 의원직을 상실하였다.

 

유죄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 노 의원은 한국의 사법부에 정의, 양심이 있는가?”라고 항변하면서 “‘떡값을 주고받은 사람이 문제냐, 이를 보도한 기자-국회의원이 문제냐?”, “공공의 이익이 먼저냐, 통신상의 비밀이 먼저냐?”는 근본 문제를 제기하였다.

 

꼬리로 몸통을 흔드는 이러한 수법은 법률의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불법으로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사법 과정에서 도청 등 불법적 수단으로 취득한 자료의 증거력을 배제하는 등의 법 규정도 나름대로 사법적 정당성을 지닌다. 역사상 얼마나 많은 권력이 네가 네 죄를 알렸다!”는 식으로 범죄를 조작하였던가? 어떻든 이러한 절차 관련법들이 사건의 본말(本末)을 뒤바꾸는 법률기술자들의 주된 수단으로 활용되지 못하도록 제도적 개선책이 강구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민의 정의감과 동떨어진 사법 결과를 도출하는 꼬리 수법은 궁극적으로 사법 절차에 대한 국민들의 총체적 불신을 초래하게 마련인 바, 국민들의 정의감과 법조인들의 정의감을 일치시켜 사회구성원 모두가 법질서를 존중하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법조계 종사자들의 행태를 바꿀 수 있는 획기적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노 의원에 대한 형사소송의 판결 결과(유죄)와 김00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노회찬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의 판결 결과(무죄)가 서로 다르고 각기 다른 법규를 적용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사안의 본질을 둘러싼 사법부의 판단에 혼선이 생길 만큼 관련 법규에 모호한 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혼 없는 법률기술자들은 관련 법규의 이러한 맹점을 활용하여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는 사기적 수법을 개발한 것이다.

 

검찰 및 사법부의 사기적 수법 활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대법원의 판결 기준을 바꾸는 것이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대법원에서는 하급심 판결의 적법성 여부만을 형식적으로 따지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사건의 본질과 관련된 가치에 대한 판단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자율의 폭을 넓혀 주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예 ()꼬리법’(가칭)을 제정하여, 하급심 판결과 대법원 판결이 서로 다른 성격과 논리를 지닐 수 있도록 사법 절차를 떼어 놓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다.

 

아울러 대법관 구성도, 순혈주의 원칙에 따라 법조 출신 인사들만으로 구성할 것이 아니라 미국 등에서와 같이 언론계 출신, 학계 출신 등을 다양하게 섞어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시대적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좁은 법규 틀에 매달려 국민의 법 감정과 어긋나는 판결을 하는 사법부 관행을 바로잡는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떻든 국민 일반의 정의감과 사법 종사자들의 정의감을 일치시켜, 국민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법질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 가운데 하나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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