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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세현
  • 16-08-0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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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발언대] 한반도 정세와 대북정책 방향 - ‘사드 배치를 중심으로’

본문

 

한반도 정세와 대북정책 방향 - ‘사드 배치를 중심으로

 

강사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 이 글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2016년 7월 29 청류회 정기 모임에서 발표한 강연 내용을 녹취한 뒤 풀어쓴 것입니다.

 

 

 

사드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전 세계군데에 배치하려고 하는 무기다. 중국과 러시아로부터의 공격을 막고자 하는 방어체계다. 그 가운데 유럽 루마니아와 중동 카타르에 두려는 것은 러시아의 남진을 막기 위한 것이고 미국령 괌에 있는 것은 태평양을 자기 바다로 두기 위함이다. 미국 본토 두 군데와 일본에도 있다. 사드 한국 배치 결정에 러시아가 즉각 아시아판 MD’라고 비난하고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브렉시트로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면서 유럽에서 미국의 러시아 견제전략은 차질을 빚게 됐다.

 

중국은 명청 시대 중국의 천하질서관회복을 목적으로 후진타오 전 주석이 중화부흥을 선언했다. 그게 2009년이었는데 미국은 그 뜻을 몰랐다. 등소평에서 강택민 주석까지 20년 동안은 도광양회즉 칼의 광채를 감추고 어둘 속에서 힘을 기르던 중국이었는데, 그 후에 구호가 화평굴기평화적으로 무릎을 편다로 바뀐 것이다. 중국이 나설 때는 나선다는 의미였다. 그동안 미국은 유럽질서와 중동질서 유지에만 힘을 쏟았다. 베트남 전에서 실패하고도 미국은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는 패턴을 버리지 못했다. 아시아는 방치된 상태였다.

 

2010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에 대해(on China)"라는 저서를 냈다. 미국은 기울고 중국은 일어나는 국가라는 내용이었다. 이 책이 나온 후에도 미국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다가 중국이 정치외교적 발언권을 행사하려 하자 아시아 회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정책은 아시아의 패권을 다시 잡으려는 미국의 의지를 담았다. 문제는 미국이 돈이 없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만 해도 지난해 수백억 달러의 대미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지속되는 데는 상당 부분 방위산업(무기산업) 부문 흑자가 기여하고 있다. 전쟁을 치른 대통령들은 재선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미국 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2013년부터 매년 500억 달러의 국방비를 삭감하고 있다. 그걸 메꾸어 줄 나라를 찾는데 그게 아베의 일본이었다. 아베의 외조부는 기시 노부스케 수상이고 그는 대일본을 꿈꾸던 인물이었다. 미국은 아베를 부추겨 자위대 해외파병을 가능케 하고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뒷받침했다. 여기서 한일 관계가 경색됐다. 미국은 서둘러 작년 연말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 위안부 문제를 한,일 양국이 해결토록 했다.

 

 

미국은 외교 목표를 사전 공개하는 관행이 있다. 동북아 사드 배치 문제를 이때 공개하고 존 케리 국무장관이 위안부 문제 합의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 중국 포위작전이 시작됐다. 중국의 야망 즉 중국의 꿈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책임있는 대국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 ‘태평양은 미, 중이 나누어도 좋을 만큼 넓다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미국의 견제를 부른 것이다.

 

중 간에는 현재 남중국해, 동중국해, 한반도 등 3개의 전선이 형성돼 있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상황에 대해 중국은 계속 경고 혹은 비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중간에도 많은 문제를 야기할 전망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의 사드를 중국과 극동 러시아에 대한 견제, 압박 차원의 조치로 보고 있다. ‘대북한용이라는 설명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백두산 뒤 퉁화현에 미국 항공모함 킬러 둥펑(東風)’미사일을  배치해 놓고 있다. 미국에게는 위협적이다. 사드의 x-band 레이더 탐지 거리는 2,000km. 중국 동부와 중동부, 극동 러시아의 군사적 움직임이 미국의 손바닥 안에 들어간다. 중국이 크게 반발하자 미국은 탐지 거리 600km의 레이더를 배치하겠다고 하는데, 미국이 장거리 레이더로 바꿔도 밖에서는 알 수가 없다. 만주 심양도 600km에 포함된다.

 

2014 6월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드 배치를 언급하면서 주한 미군이 이를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를 요청하지 않는 게 전략적 모호성 유지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보고 그 동안 언급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남중국해 일대를 중국의 영향권으로 인정하는 문제를 두고 국제중재재판소의 판결이 임박한 지난 7월초, 미국은 중국에 대해 유리한 입장을 확보할 목적으로 한국 사드 배치 문제를 서둘러 매듭짓기 위해 우리 정부와 협의를 했다. 결과는 모두 아는 대로 경북 성주에 주한 미군의 사드를 배치한다는 것이었다. 청와대 고위층에는 미국의 입장이 충분히 전달됐을 거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중국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을렀고 러시아는 봉쇄정책이라며 반발했다.

 

사실 북한 핵은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다. 북한은 현재 1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미국령 괌 정도는 공격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핵무기 때문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건 그래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여기에서 청류회원 A가 질문을 던졌다.) -세계 패권 전략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분석했는데 그런 측면도 있지만, 북한 핵문제 정말 별거 아닌가? 그 핵무기가 결국은 남한을 노리는 게 아닌가? 우리가 이에 대응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자체 방어전략이 있어야 한다.

 

북한 핵과 관련해서 그들의 핵 개발과정을 살펴보자. 북한은 1993 3 12일 핵확산 금지조약에서 탈퇴했다. 나는 그때 미-북 협상사()를 공부했다. 동유럽과 소련이 붕괴하기 시작한 1989 1월 김일성은 신년사에서 남북한 어느 한 쪽에 의한 일방통일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들의 대남적화 통일노선을 포기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었다. 김일성은 1991년 신년사에서 또 같은 얘기를 했다. 다만 남북한 연방제는 느슨한 형태라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민족공동체 남북국가연합을 연상시키는 발언이었다. 그 해 시작된 총리급 회담에서 북한은 적극적으로 나왔고, 12 13상호체제 존중’, ‘내정 불간섭등을 담은 기본합의서가 채택됐다. 북한 측은 이로써 남이 북을 흡수통일 할 수 있는 여지를 묶어버렸다고 자체 평가했다. 92 2 21일 북의 김용순 국제비서는 뉴욕에 가서 앞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 ‘북미 수교하자’, ‘통일 후에도 미군은 한반도에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공화당 정권의 미국은 그러나 이를 거절했다. 미국이 이 때 북한 손을 잡았어야 한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북한은 미국이 무너뜨리려 하면 이를 막아야 한다며 이 때부터 핵능력 강화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클린턴 정부 들어서며 미북 접촉이 다시 시작되고 북한은 미국에 수교와 경제지원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아니면 자위수단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국은 경수로를 지어주고 수교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수교는 무산됐다. 

 

북한은 한마디로 우리에게 핵을 사용할 수 없다. 공갈, 협박은 가능하다. 핵 공포에 우리가 굴복하면 지는 것이고 배짱으로 극복하면 이기는 것이다.

 

회원 A –핵은 현실이다. 북이 협상용으로 가지고만 있을 거라고 누가 보장하겠느냐.

 

회원 B –핵을 사용하면 공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원 C _북한 입장에서 보자면 핵이자위용일 수 있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한다. ‘후세인이나 가다피가 핵이 있었다면 무너졌겠느냐’. 북한은 영원히 핵을 포기하지 못한다. 문제는 핵이 방어용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북한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내버려 두다시피 했다. 협상해봤자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회원 D _우리는 사드를 잘 모른다. 예민한 무기체계인데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회원 B _사드는 우리가 미국과 최대한 줄다리기를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했다. 미국이 우리 정부에 최후 통첩성 선택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화는 여기까지만 진행됐다. 시간 관계상 한반도 정세와 대북정책 방향이라는 강연은 끝을 맺지 못했다. 정 전 장관이 준비해온 드래프트를 요약해서 여기에 나머지 부분을 싣는다.)

 

 

사드 배치로 동북아는 한미일 동맹체제와 북중러 협력체제가 대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중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는 깨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되어 북핵 6자회담 재개도 어렵게 됐다. 국민들의 안보 위기감은 극도로 고조된 상태다. 결국 차기 정부에서나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을 기대해야 하기에 이르렀다.

 

차기 정부도 대북정책 환경은 험난하다.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론이나 힐러리의 대북 강경책이 시행되면 우리의 대북정책이 관여(engagement)’ 차원에서 추진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국민들이 안보 불안감 없이 살게 해주는 방법은 단 하나. 대화와 협상을 통해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그 과정에서 북핵문제 해결의 모멘텀을 남북이 주도적으로 형성해 나가면서 평화를 먼저 정착시켜야 한다. 이념적으로, 정치적으로 대립해온 집단이나 국가간의 평화는 봉쇄(containment)’가 아닌 관여로만 가능하다. 동서 유럽의 평화를 정착시킨 헬싱키 프로젝트나 독일통일을 가져온 동방정책도 봉쇄가 아닌 관여 정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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