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안개낀 날 아침
발안농협 하나로마트 입구에
반찬 파는 아줌마가 있다.
이름이 ‘반찬’이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 하면
농협 직원들이 단골식당에서 밥 먹고
장부에다 자기 이름을 적을 때
다들 ‘조양자’ 이런 식으로 쓰건만
이 사람만은 ‘반찬’이라고 적었기 때문이다.
안개낀 날 아침
점심 때 먹으려고
반찬에게 김 2천원어치를 구워달라고 했다.
어떻게 굽나 보니
김 열 장을 차례로 기계 안으로 밀어넣더니
재빨리 반대쪽으로 가서
김을 가지런히 수습한 다음
둥근 골련때기에 싸서
방습제와 함께 비닐봉지에 넣어 포장한다.
이걸 왔다 갔다 하며 반복하는데
만만치 않은 노동이다.
안쓰러워 보여서
“세상에 쉬운 일이 없군요! 힘드시겠어요.”
했더니
“아뇨! 힘들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왜냐하면 제 인생에 무지하게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여기서 이 일자리를 주셔서 살았거든요.”
하며
“늘 감사할 뿐이죠.”
한다.
이래서 또 한 사람 사귀었다.
안개낀 날 아침.
한 윤 수 |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오랑캐꽃> 2016년 3월 8일자에 실렸습니다. 한윤수는 오랑캐꽃 이라는 제목으로 외국인노동자에 관한 글을 2008년부터 지금까지 871회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