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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3-11-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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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발언대] 경암상은 기업 사회공헌의 본보기 *정달호 회원이 '자유칼럼'(11월 14일자)에 게재한 글입니다.

본문

 

경암상은 기업 사회공헌의 본보기

2023.11.14

"인류사회의 진보와 개선은 뛰어난 개인들의 치열하고 창의적인 학술적· 예술적 연찬(硏鑽)에서 시작된다. .  . 이러한 개인들의 사회에 대한 공헌을 영예롭게 기리고. . . . 그러한 삶을 만인이 귀감으로 삼을 수 있도록 널리 알리기 위하여'' 2004년에 경암상이 제정되었습니다. 경암(耕岩) 송금조(宋金祚, 1923~2020) 선생은 부산에서 태양사를 창업하여 성공적인 기업으로 키워오면서 기업의 사회공헌에 앞장섰던 분입니다. (위 인용문은 경암상 시상식 안내책자 서두에서 가져옴)

제주에 사는 저는 뜻하지 않게, 오랜 친구인 임현진 교수(인문·사회 분야 수상자)의 권유로 지난 3일 부산으로 가서 제19회 경암상 시상식에 참석하는 뜻깊은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크고 작은 시상식에 여러 번 가보았지만 이토록 완벽하게 짜인, 울림이 큰 시상식은 처음이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스스로 비용을 내서 부산까지 갈 요량이었는데 재단 관계자로부터 서울-부산 왕복 교통편, 점심 도시락, 부산역-행사장소 이동 등 모든 과정을 재단에서 직접 주선해 준다기에 가기 전부터 기대가 컸습니다. 참석 하객들을 위해 이렇게 세심한 배려를 하는 경암재단이 어떤 단체인지, 시상식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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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인 재단 강당에 들어서자마자 시작 시간에 맞춰,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교수(미 인디애나大)가 이끄는 '서울 비르투오지 챔버오케트스라'가 '고향의 봄(김한기 편곡)'을 연주하였습니다. 그다음 진애언(陳愛彦) 이사장의 인사말씀, 신성철 경암상 위원장(전 KAIST 총장)의 환영사, 이장무 학술원장(전 서울대 총장)과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의 축사가 짧게 짧게 이어졌습니다. 그러고 나서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과 서울비르투오지

4인의 수상자에 대한 시상이 있었는데 특기할 만한 것은, 시상하기 전에 Grieg의 음악이 연주되고 이어 하나씩  시상이 끝날 때마다 수상자에게 헌정하는 음악이 각각 연주되었으며 시상을 마치고 나서도 마지막으로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이 연주되어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음표를 읽듯이 정확하게 진행된 2시간의 행사 동안 시상과 덕담, 수상 소감 사이 사이에 명곡 7곡을 들었으니 참가자들은 뜻하지 않은 귀 호강을 누린 셈입니다.

호암재단을 대표하여 답방 겸 축사를 하러 서울에서 일부러 내려온 김황식 전 총리는, 19년 전에 제정된 경암상은 올해 31년 되는 호암상과 형제간이라고 하면서 이 상을 주는 두 재단이 우리나라의 최고급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를 위하여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호암상을 형으로 하는 데에 이의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장내에 큰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저는 호암상 시상식에는 가본 적이 없으며 언젠가 가볼 수도 있겠지만 이번 경암상 시상식보다 격조 있고 품위 있는 다른 시상식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갑니다. 호암상은 명문가에서 하는 행사인 만큼 성대히 치러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두 상의 현저한 공통점은 시상 금액이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진애언 이사장의 인사말씀도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자리에 오신 모든 참석자들을 수상자 못지않게 경암교육문화재단의 가족처럼 생각한다"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뭉클하고 뿌듯하였습니다. 실상 그 자리에 오신 분들은 수상자 가족 외에는 대부분 잘 알려진 학자나 예술가 또는 언론인과 법조인, 기타 전문직 경력자들이었으니 누구 하나 소홀히 할 수는 없었겠지만 경암재단이 사람을 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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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애언 경암재단 이사장

정성어린 태도는 내내 저를 흐뭇하게 하였습니다. 저는 그것이 경암 송금조 선생의 뜻임을 알 수 있었으며 그 뜻은 부인인 진애언 이사장에게 그대로 전승돼 온 것으로 보입니다.

평생 근면과 검소를 실천해온 경암 선생은 "부지런하면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단순명료한 진리를 스스로 실천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설파해왔습니다. 그는 일제강점기였던 젊은 시절 막노동으로 시작해서 무학으로 기업의 성공 신화를 일궈낸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소년기부터 향학열에 불탔지만 가정형편상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부단히 독학을 하여 여느 지식인 못지않은 학식과 덕망을 쌓아온 모범적인 기업인입니다. 그는 자신의 향학·학구열을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데에 쏟아부었으며 2004년 당시 1,000억 원을 출연하여 "인재 양성, 학술 진흥, 그리고 문예 창달을 통해 국가발전과 인류 사회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경암교육문화재단을 설립하였던 것입니다.

​경암상 제정 이후 2005년 제1회부터 이번 제19회까지 인문·사회, 자연과학, 생명과학, 공학, 예술 부문에서 총 82명의 수상자가 나왔습니다. 비교적 수상자가 희소한 편인 예술 부문을 예로 들면, 정경화(바이올리니스트), 정현종(시인), 진은숙(작곡가), 윤광조(도예가), 백건우(피아니스트), 김지하(예술인), 문훈숙(발레단장) 등이 수상한 바 있습니다. 여타 분야에서도 국내외적으로 큰 업적을 낸 인사들을 망라하고 있으며, 경암상의 심사위원단은 25명의 사계(斯界) 권위자들로 구성하여 엄격한 심사를 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에는 각계의 전문가들부터 추천받은 총 51명의 후보 중 인문·사회 분야와 과학, 공학 분야에서 4명을 선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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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의 영예를 안은 4명 중 과학과 공학에 종사하는 50대 초의 과학자 3명(자연과학 심흥선, 생명과학 주영석, 공학 이태우)의 현저한 업적과 절절한 수상 소감을 접하면서 저는 이들과 또 향후 수년 내에 나올 수상자들 중에서 머지않아 노벨상을 받는 분이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수상한 과학자들은 외국이 아니라 다 국내 '토종 박사'라는

좌로부터,
수상자 이태우 주영석 심흥선 임현진 제 교수와 진 이사장

사실에 더욱 긍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나라의 과학이 연구의 결실을 맺는 데는 3세대가 소요된다는 설(說)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1980년대가 묘목기, 그리고 1990~2010년대가 성장기였습니다. 이제 결실이 시작된 2020년대부터 세계적 이목을 끄는 젊은 과학자들이 나오고 있어 향후 5년, 10년 내로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 과학자가 여럿 배출될 전망이 더욱 커졌으며 머지않아 문화예술과 인문사회 분야에서도 수상자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 시작하여 불과 몇 십년 만에 산업화, 민주화를 이루고, 나아가 정보화를 거쳐 목하 제4차산업혁명을 선도해오고 있습니다. 이렇듯 과학기술 강국이 됨과 동시에 이른바 K-컬처를 바탕으로 문화 강국이 된 데에는 경암상과 호암상 등 많은 기업의 사회공헌이 큰 역할을 해왔다고 하겠습니다. 나라의 으뜸인 국민이 각자 제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는 울타리인 나라가 튼튼해야 하며 나라를 튼튼하게 하는 데는 물적으로는 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이며 인적으로는 교육의 역할이 또한 절대적입니다. 인재양성을 위해 큰 상을 제정하여 학구와 연구 분위기를 고양해온 기업인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경암 송금조 선생은 평생 기업보국의 길을 걸어오면서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쥬(Noblesse obliges)'를 실행한 분입니다. 진애언 현 이사장은 일찍이 성악가(소프라노)로 활동하였으며 음악으로도 크게  되었을 분인데 경암 선생의 뜻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일단 본업을 접고 인재발굴, 인재양성에 전념해오고 있는 훌륭한 분입니다. 진 이사장이 이끄는 경암교육문화재단이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인문사회, 과학기술, 문화예술 분야 발전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믿어 마지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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