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림단상 210713 ‘시대 정신’이 된 ‘공정’의 기준은 각기 다르다]
21세기는 ‘공정’의 세기다. 오늘날 ‘공정’은 하나의 시대 정신이 되고 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그러하다. 이러한 분위기로 미루어볼 때 ‘공정성’은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의 주요 이슈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서는 19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의 취임식에서 ‘공정’을 강조한 이래, 5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거나 출마하고자 하는 주요 정치지도자들이 한결같이 ‘공정’의 가치를 내세우고 있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의 취임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강조하였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실용적 민생개혁으로 '공정 성장' 열겠다"고 공약하는가 하면, 야권의 유력 주자인 윤석렬 전 검찰총장은 정치 참여를 공식화하는 날 ‘공정’의 가치를 내세웠으며, 유승민 전 의원도 ‘공정소득’을 내세우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특히 현 정부가 공정하지 않은 정책을 펼쳐왔다고 맹비난을 퍼부으면서, ‘공정’을 ‘법치를 근간으로 한 건강한 경쟁’이라고 정의하였다.
정치권을 뒤흔든 30대의 한 야당 대표는 2년 전 펴낸 책 ‘공정한 경쟁’에서 ‘능력’을 주요 지표로 내세웠다. 그는 ‘능력’ 기준에 따른 ‘공정 경쟁’을 강조한 것이다. 시간이 흘러 반대편에서는, 미국의 사회 환경에 노출되었던 그가 강조하는 ‘공정’은 기껏해야 미국 사회가 강조하는 ‘기회 균등’, ‘능력주의’에 다름 아니라고 몰아부칠 수는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공정’의 본질적 의미가 재조명된 것은 2020년 7월 초 인천국제공항(인국공)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불거졌다. 후보 시절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공약을 내세운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시험’과 같은 검증 과정 없이 일괄 전환 방식으로 정규직으로 전환을 해주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이들 청년들은 정치인들의 선심 공약 때문에 비정규직이 무더기로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 100대 1이 넘는 치열한 경쟁에 대비해 착실하게 취업 준비를 해온 ‘코로나 세대’ 청년들의 신규 취업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인국공 사태에 청년들이 분노한 이유다. 이들 청년들은 ‘공정 경쟁’을 요구한 것이다.
‘공정’의 기준에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미국 사회에서 강조하는 ‘기회 균등’에서부터 ‘결과적 공정’ 즉 ‘완전한 평등’을 요구하는 사회주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가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공정’을, 집안에 대대로 전해지는 보배로운 칼 즉 전가보도(傳家寶刀)처럼 내세우나, 젊은이들이 보기에는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 가릴 것 없이 기득 세력이 되어 다 함께 불공정 경쟁을 제도화하고 이용하면서 위선(僞善)을 떤다는 것이다.
이들 젊은이들이 분노하는 것은 ‘기회 균등’이나마 제대로 하여 최소한의 ‘공정 경쟁’이라도 보장되는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기성 세대 모두를 탄핵한 것이다. 젊은이들이 주창하는 ‘공정’의 본질은 제도화되고 있는 ‘기득권 타파’에 있다. 아직도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초선5적’이니 뭐니 하면서 헛발질해대는 기성 정치인들은 부지불식간에 세대교체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집권 여당의 초선 의원들이 4·7 재보궐선거 참패의 원인 중 하나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호한 여당의 태도를 지목하면서 ‘자아 비판’을 하자, 친문(친문재인)계 강성 지지자들은 이들 초선 의원들을 “초선오적”, “배은망덕하다”고 비난하면서 이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자 하는 구태적 행태를 보였다.
일체의 사회적 환경이 바뀌는 ‘코로나 상황’을 맞아 기성 체제에 대한 젊은이들의 반란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정치 문화가 근본적으로 개혁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