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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1-06-0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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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발언대] 정부 문장(紋章), 그 전으로 돌려놓아야 *정달호 회원이 ‘자유칼럼’에 게재한 글입니다. 202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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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문장(紋章), 그 전으로 돌려놓아야         

 

저만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태극 문양을 바탕으로한 정부 문장(紋章)을 볼 때마다 머리가 빙빙 도는 듯합니다. 2016년에, 정부수립 때부터 써오던 무궁화 문양을 없애고 새 문양으로 바꾼 것인데 아무 말, 아무 탈 없이 잘 써오던 것을 왜 갑자기 바꾸었는지 의아할 뿐입니다. 공통적으로 쓰던 정부 문장을 놔두고 부처마다 '로고'를 따로 만들어 쓰는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바꾸었다는 설명이 있지만 각 기관이 저마다 다른 로고를 쓰지 말고 기존의 정부 문장을 그대로 쓰라고 했으면 될 일을 왜 번잡하게 새로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로고를 만드는 데에도 비용이 많이 들었겠지만 그 많은 서식이나 명함 등에 박힌 문장을 새로 바꾸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오래전 우리가 후진국으로 통하던 시절 어떤 사람들은 태극기가 못나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정말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이런저런 빈축을 사면서 변변치 못한 처지였으니 공연한 자격지심에서 그런 주장을 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은 선진국 또는 선도국으로의 도약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태극기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자랑스런 태극기'라는 말이 뿌리를 박았고 아닌 게 아니라 저 자신도 태극기를 쳐다보며 애국가를 부를 때 왠지 뿌듯함을 느낍니다. (그렇다 해도 방송사마다 꼭두새벽에 애국가 4절을 완창하는 것은 시간 낭비적인 측면이 있음)

 

정부 문장, 정부 로고도 마찬가지입니다. 70여 년 간 그 문장을 잘 쓰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무엇 때문에, 무슨 경위로 바꾸어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2016년부터 쓰기 시작한 지금의 정부 문장(로고)은 태극 문양이라고는 하지만 태극기의 태극 문양과는 다릅니다. 태극기와 일치시키기 위해서였다면 태극기의 문양을 그대로 쓰면 될 일인데 지금의 정부 문장은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농악이나 민속놀이가 연상되는, 무게감이 전혀 없는 문양이라는 생각입니다. 2016년부터 정부가 휘청거리기 시작한 것이 꼭 이 문양과 관련이 있다고는 할 수 없어도 정부의 제반 행정이 마치 이 문양을 닮은 듯이 무게가 없고 중심이 없이 돌아갔고 지금의 새 정부도 그런 모양새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정부 문장의 변경은 당시의 국정농단과 관련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바꾸겠다는 결정을 왜 했는지조차 알 수 없지만 바꾸기로 하고 나서도 신중을 기하여 전문가의 심의를 거쳐서 만든 것인지 아니면 특정인의 의지나 성향을 반영하여 급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일 후자의 경우라면 지금이라도 정부 문장 문제를 국민에게 물어보고 올바른 문장을 채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지금도 국회나 사법부의 문장에 무궁화 문양이 그대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청와대가 쓰는 대통령 휘장 안에도 무궁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정부 문장과 별도로 주로 대외적으로 쓰이는 나라 문장도 무궁화 속에 태극 문양이 들어가 있는 형상입니다. 그렇다면 입법, 사법, 행정 3부가 다 같이 무궁화 문양을 바탕으로 한 문장을 사용하는 것이 이치상 맞다고 봅니다. 새 정부 로고는 태극기의 태극 문양과 비슷한 느낌을 주면서도 서로 다름으로써 나라 밖에서도 혼돈을 일으킬 것입니다.

 

정부 기관 중 국정원, 감사원과 국방부, 검찰, 경찰 등은 독립성을 강조한다는 취지에서 별도의 로고를 제작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티브이 화면에는 정부 로고 외에 수사기관인 검찰과 경찰의 로고가 자주 뜨는데 아마도 경찰 로고는 최초부터 지금까지 동일한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의 경우는 2004년에 제작했다고 하는데 다섯 개의 막대는 대나무의 올곧음을 바탕으로, 진실, 정의, 인권, 청렴, 엄정 등을 표상한다고 합니다.

 

이런 기관들이 별도의 로고를 사용하는 것을 문제 삼을 건 아니지만 검찰의 로고는 5개의 가치를 표방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권위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엄정을 의미한다는 중앙의 칼 형상이 주는 이미지가 정의와 인권과 같은 사회의 핵심 가치와 어울린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다섯 개의 대나무가 다 칼처럼 보여 화면에 뜰 때마다 서슬이 퍼렇다는 느낌이 듭니다. 검찰 개혁이 무엇인지 몰라도 우선 대국민 이미지 개선이란 차원에서 로고부터 보다 덜 위협적이고 덜 권위적인 것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검찰보다 더 센 기관이라는 공수처가 4,500만 원을 들여 로고를 만든다고 합니다. 독립성을 강조하는 기관에다 검찰처럼 수사기관이므로 독자적인 로고를 만드는 것에 이의를 달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로고 하나 만드는 데에 거금 4,500만 원을 쏟아붓는다는 건 좀 지나치다는 생각입니다. 끼니를 굶어본 적이 있는 청년이 전체 청년의 37%라는 보도와 대조되어 씁쓸한 느낌이 듭니다. 국민공모 같은 방식으로 하면 그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아가 검찰보다 더 세다는 걸 나타내려고 검찰 로고보다 더 권위적이고 위협적인 로고는 만드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차제에 대통령 휘장(徽章)이자 문장인 봉황이 시대에 맞는 것인지도 새롭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수립 시부터 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이 봉황 문양은 전제군주 시절의 문양과 맥을 같이 할 것입니다. 공화국 체제로 와서, 더욱이 민주화 시대에 와서도 봉황 문양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일단 경무대나 청와대에 들어앉아 있으면 제왕적 분위기를 느껴서 그런지 그 집주인들은 권위적인 이 봉황 문양에 흡족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판에 누구도 대통령 휘장을 바꾸자는 주장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며 지금도 그럴 것입니다.

 

아무 문제도 없는 정부 문장을 바꾸는 판에 구시대적인 대통령 문장은 바꾸지 못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기도 합니다. 또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임에도 별도의 문장을 사용함으로써 정부 위에 군림하는 존재로 보이는 것이 민주공화국에서 그리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통령이 왕정 시대에나 쓰던 봉황 휘장이나 문장을 쓰기보다는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행정부의 문장을 그대로 쓰는 것이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정부 기관들과 일체라는 것을 나타내어 더 믿음직한 정부로 보이게 할 것입니다.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나라를 대표하므로 굳이 정부와 차별화를 하려고 한다면 기존의 나라 문장을 쓰는 것도 바람직한 대안으로 보입니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인 2016년에 채택한 지금의 통합 정부 로고는 일단 그 전으로 돌리고 산하 각 독립 기관의 로고는 각 기관에 맡기기보다는 정부 내에 로고 심의 기구를 따로 두어서 각 기관의 로고가 국민의 정서와 눈높이에 맞도록 관리하게 하는 방안이 어떨까 싶습니다. 지금은 이모티콘이 문자 소통을 대신할 만큼 이미지의 영향이 큰 시대이므로 정부의 문장과 로고도 하나의 이미지로서 나라의 정체성과 시대정신을 잘 반영하도록 신중하게 관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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