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지도자를 찾아 내세워야 *정달호 회원이 2025.02.19자로 '자유칼럼'에 투고한 칼럼입니다 > 청류담론

본문 바로가기주메뉴 바로가기

청류담론

  • 사회적 발언대
  • 생활 발언대
  • 주요 외국언론의 칼럼
  • 많이본 칼럼

사회적 발언대
HOME > 청류담론 > 사회적 발언대
청류담론
  • 관리자
  • 25-02-20 10:00
  • 220

[사회적 발언대] 훌륭한 지도자를 찾아 내세워야 *정달호 회원이 2025.02.19자로 '자유칼럼'에 투고한 칼럼입니다

본문

훌륭한 지도자를 찾아 내세워야 

 

국내외적으로 훌륭하고 유능한 정치 지도자를 우리는 많이 알고 있습니다. 미국 노예해방을 주도하고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미합중국의 기초를 닦은 링컨 대통령(Abraham Lincoln, 1809~1865)과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독일 민족의 대통일을 이루고 국민연금 제도를 창시한 비스마르크 재상(Otto von Bismarck, 1815~1898)이 먼저 떠오릅니다. 나아가 히틀러와의 대척점에 서서 제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 영국 수상(Winston Churchill, 1874~1865)과 전후 공산주의 세력에 맞서 한국전을 승리로 이끎으로써 궁극적으로 동서 냉전에서 미국과 자유 우방의 승리를 가져오게 한 트루만 대통령(Harry Truman, 1884~1972)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영미권을 떠나서는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1890~1970), 독일의 콘라드 아데나워 수상(1876~1967)과 헬무트 콜 수상(1930~), 중국의 등소평 지도자(1904~1997), 싱가포르의 리콴유 수상(1923~2015),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1918~2013)을 우뚝선 지도자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얼마 전 타계한 미국의 카터 대통령(Jimmy Carter, 1924~2024)도 그 못지않게 우뚝선 지도자입니다. 대통령 재임시보다 퇴임 후에 더욱 빛을 발한 지도자였던 그는 기독교적 신념에 따라 평생 자유와 인권이라는 인간의 본질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이 외에도 훌륭한 세계적 지도자가 많지만 일단 이 정도로만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치지도자로서는, 누구보다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자는 나라의 독립에 절대적으로 기여한 데 이어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으로서 국가 발전의 초석을 놓은 지도자였습니다. 후자는 4.19 직후의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고 산업화를 이룩함으로써 잘사는 나라의 기반을 구축한 대통령입니다. 두 분 다 만년의 과오가 부각되어 국민적 존경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 이후에는 김영삼, 김대중 두 대통령이 민주화를 이룬 데 이어 국가 발전에도 적지 않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새천년으로 넘어와서는 이처럼 뛰어난 지도자들이 없었을 뿐 아니라 범용한 인물들이 지도자가 되어 나라를 잘 이끌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흔히 우리는 지도자 복()이 없는 국민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오고 있습니다. 정확히 따지자면 지도자 복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근래에 와서는 그 말이 딱 맞게끔 제대로 된 지도자를 갖지 못한 불행을 감내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탄핵되거나 탄핵소추된 대통령이 셋, 감옥에 간 대통령이 넷,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통령이 하나일 정도로 대통령 흑역사를 겪어왔습니다. 그런 험난한 상황에서도 대한민국은 1960년대부터 일취월장의 발전을 이룩하여 불과 수십 년 만에 가난한 개도국에서 이른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유일한 국가'로 도약하였습니다. 세계 10대 강국에 들 만큼 여느 선진 부국 못지않게 잘사는 나라로서의 위상을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생각해도 놀랍고 대단한 일입니다. 그것은 정치 지도자들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 국민이, 타고난 우수성과 잘살아야겠다는 남다른 의지를 바탕으로 하나 같이 성실히 일해온 결과인 것입니다.

 

지도자 복이 없었던 것은 결정적인 시기에 국민이 지도자를 잘못 선택한 탓이기도 하지만 달리 보면 훌륭한 지도자를 제대로 양성하지 못한 데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간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축적된 정치적 부패(political decay)와 경제·사회적 부조리가 만연한 상황에서는 선진국처럼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훌륭한 지도자가 양성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나아가 온갖 부조리한 현실에서 정치인들이 단지 권력을 쟁취하려는 목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행태를 보이면서 극단적인 분열과 갈등을 조장해온 데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제도는 잘 도입하였지만 제도가 잘 굴러가도록 뒷받침할 민주적 정치문화가 축적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원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국정 혼란의 비상 상황을 고려하면 한가로이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고 있을 여유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지금은 극도의 정치적 난국에서 벗어나 하루 빨리 정국을 안정시키고 헌정질서를 되찾아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갈 유능한 새 지도자를 찾아 내세워야 할 시점입니다. 시시각각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안정된 국정을 바탕으로 대내외적으로 국익을 추구하기에 하루가 급한 상황인 것입니다. 이 중차대한 시점에서 모두가 정신을 가다듬고 향후에 어떤 지도자를 뽑아 국정을 맡겨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입니다.

 

지도자는 시대가 만든다는 말도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시대와 상황에 따라 이에 맞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뜻입니다. 처칠 수상의 경우 전쟁을 승리로 잘 이끌었지만 평화 시대로 넘어와 새로운 인물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수상직에서 낙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드골 대통령도 외세에 점령당했던 나라의 독립을 보전하고 승전 연합국들의 틈바구니에서 국익을 추구한 훌륭한 지도자였지만 새 시대 새 지도자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대통령직을 사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훌륭한 지도자는 어느 때든 지도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을 갖춘 사람들입니다. 위에서 대략 살펴본 유능한 지도자들의 공통된 특성을 뽑아낸다면, (1) 인품(integrity)에 결격이 없거나 적은 사람, (2)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 (3) 자유·인권·정의의 가치와 인류애를 중시하는 사람, (4)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는 포용력, (5) 국민대중에 봉사하면서 리드할 수 있는 능력, (6) 설득과 협상을 통해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 (7) 함께 일할 유능한 인물을 고를 수 있는 능력, (8) 미래에 대한 비전과 현실에 대한 통찰력, (9)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순발력 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연 이러한 자질을 두루 갖춘 인물이 있을 것인지는 차치하고라도 적어도 시대상황이 요구하는 핵심 자질을 갖춘 인물이라야 이 시기에 훌룽한 지도자로서 주어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의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지도자의 자질로서는 무엇보다 분열된 우리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포용력, 설득과 타협의 능력, 그리고 인품에 결격이 없거나 적을 것, 나아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순발력 등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국민은 이른바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면 새로운 헌정 절차에 따라 새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서 있습니다. 현 대통령의 탄핵을 놓고 찬성과 반대를 외치는 국민적 열기가 무서운 기세로 탄핵 후의 정국을 삼킬 수도 있으므로 우선 이 고약하고 불행한 상황을 잠재울 대책이 필요합니다. 답은 개헌입니다. 지금의 비상시국은 현실에 맞지 않는 87년 헌정체제를 답습해온 탓이기도 하므로 이제는 변화된 현실에 맞게 올바른 권력구조와 선거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권력구조 문제는 이미 나와 있는 안들을 중심으로 지혜롭고 건설적인 논의를 하면 우리에게 맞는 최적의 권력구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삼권분립을 보장할 수 있는 권력구조를 마련하되 더 나아가 국회의 저질화와 막무가내식 횡포를 방지하려면 국회를 양원제로 운영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보입니다. 상원이라는 높은 경륜을 보유한 최고 엘리트 집단이 있으면 이를 통해 훌륭한 지도자를 양성할 수도 있으므로 자유민주주의 정체를 잘 유지해 나가는 데 있어 하나의 안전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선거제도도 지역 양극화를 종식하고 불량 지도자를 걸러낼 수 있도록 재설계하여야 합니다. 대통령 선거도 결선제도를 도입하여 끝까지 유능한 지도자를 찾아내는 게 옳은 방식이라고 보며 그렇게 뽑은 지도자라야 분열된 사회의 통합을 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래전 짧은 기간이나마 살아본 영국의 경우 우수한 학교교육과 지도자로서의 진로 선택 등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정치지도자가 양성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도 잠재적 정치지도자를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저의 외교부 시절 미국 어느 대학에서 펠로우(Fellow, 객원연구원)1년을 보낼 때 한번은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듀카키스(Michael Dukakis, 1933~) 씨가 클라스에 와서 강연을 했습니다. 그때 들은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시민으로서 공공봉사(public service)의 가치를 숭상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야 나라가 발전한다. 미국에는 그런 전통이 강하다."고 한 대목입니다. 미국이 지금처럼 세계의 지도국이 된 것은 사회 각 분야 엘리트들이 공공봉사를 앞세우는 전통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무너진 사회질서를 되세우기 위해서라도 학교교육에서부터 공공봉사의 정신을 드높이는 일이 시급하다고 하겠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