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림단상 231108] 답답한 정국을 풀기 위해서는 ‘국민 존중’과 ‘큰 국가 비전’ 제시가 답이다. * 대한민국헌정회로부터 「憲政」12월호에 게재하기 위해 청탁받은 원고임 > 청류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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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11-0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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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발언대] [우림단상 231108] 답답한 정국을 풀기 위해서는 ‘국민 존중’과 ‘큰 국가 비전’ 제시가 답이다. * 대한민국헌정회로부터 「憲政」12월호에 게재하기 위해 청탁받은 원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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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정국을 풀기 위해서는 국민 존중큰 국가 비전제시가 답이다.

 

이종수(한성대학교 명예교수)

 

국가 비전은 보이지 않고, 정국이 어지럽다. 2024410일로 예정된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치러진 한 기초단체장 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다양한 얘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선거 결과에 대한 의미 부여는 물론 제도 혁신에 이르기까지 여러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큰 국가 비전은 보이지 않고 작은 정쟁(政爭) 얘기들뿐이다. 총선을 앞둔 답답한 정국을 풀기 위해서는 선심 정책 앞세우는 정치적 꼼수보다는 거대한 국가 비전제시와 국민 여론 존중이 답이다.

공정과 상식을 앞세운 현 정부는 국민의 많은 기대를 받으면서 출범하였다. 새 정부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으나, 대통령의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떨어지고 있다. 새 정책이라고 내놓는 것들도 문제의 핵심을 콕 짚지 못하고, 국민들의 바램과 어긋나 있다. 집권 1년 반을 넘기면서 무엇인가 해낼 것 같은 기대를 주었던 대통령의 강골 검사이미지는 고집불통이미지로 바뀐 지 오래다.

내년 봄 총선의 결과 예측은 집권 여당에 호의적이지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하다. 그렇다고 여론은 야당 측에도 호의적이지 않다. 여권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고 하여 200석 운운하며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비치는 야당도 밉상스럽긴 마찬가지다. 여야당 모두 뼈를 바꾸고 태()를 벗는 환골탈태를 하지 않는 제로섬(zero-sum)적 접근으로는 결코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것이다.

 

제로섬적 접근 방식으로는 국민 마음 얻지 못한다

 

집권 여당에 대해 일부 논자(論者)들은 개각과 비서실 교체를 통해 대통령 주변 인물들을 바꿔라’, ‘인사검증 시스템을 개선하라고 권고한다. 그러한 충고들도 초점을 벗어나긴 마찬가지다. 물론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으나 그것만으로는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진정성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국민을 존중하는 마음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제로섬적 접근 방식은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결코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큰 비전이 없는 선심성 정책들도 효과가 없긴 마찬가지다.

원대한 비전이 없이 제로섬 게임에 몰두하기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온 정치 인생을 그렇게 살아온 기성 정치인들은 모두 바꿔야 한다. 마침 내년 총선이 절호의 기회다. 이 당() 저 당에서 들먹이는 혁신위원회를 활용해 현역 의원들의 절반은 공천에서 탈락시켜야 정치권이 변한다. 그렇게 해도 국민들은 각 정당의 개혁 의지를 반신반의(半信半疑)할 것이다. ‘혁신위원회얘기가 자꾸 나오는 것은 지금의 정치 체제로는, 미적지근한 대책으로는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을 반영하는 것 아니겠는가.

 

인사검증 시스템은 정답이 없을 뿐 아니라 문제의 본질도 아니다. 다만 후보자의 흠결 및 자질과 관련된 팩트는 점검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정보는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답답한 정국의 타개를 위해 인사검증 시스템을 바꾸자는 말들이 많다. 국민들은 인사검증 시스템을 문제의 본질로 보지 않는다. 한 기초자치단체장의 선거 결과와 인사검증 제도가 무슨 연관이 있기에 한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호도(糊塗)하는가?

미리 얘기하자면, 인사검증 시스템에는 정답이 없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자격 있는 후보자가 선정·추천된다면, 어느 정부 기관에서 어떤 인사 자료를 수집하고, 어떤 절차와 기준에 의해 후보자가 선정되든 큰 관심이 없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는 고위공직후보자와 관련된 인사 자료를 수집하고 검증하는 주무 기관을 경찰과 국가정보원, 인사혁신처,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실, 민정수석실, 법무부 등으로 바꾸거나, 검증 대상 후보자로 하여금 200개 질문을 담은 자기검증서를 작성토록 하는가 하면 고위공직자 배제 7대 원칙을 제시하는 등 인사 검증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내놓았다. 비록 정권 스스로가 제시한 원칙들을 어기고 임명을 강행해 조롱과 비웃음을 사기도 했지만.

절차법으로서의 인사청문회법은 2000623일 제정되었다. 헌법에 의해 그 임명에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감사원장 및 대법관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와, 국회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임명권자가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는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는 서로 다르다. 인사청문회 제도의 목적은 고위공직자의 능력과 자질 및 도덕성 등 공직자로서의 적격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데 있다.

미리 얘기하자면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은 국회의 동의 없이도(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국무위원,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국가정보원장,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금융위원회 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합동참모회의 의장, 한국은행 총재, 특별감찰관 및 한국방송공사 사장 등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수 있다. 위법이 아니다. 현행 대통령제에서는 인사검증 기관에서 부적격이라고 판단해도 대통령이 꼭 이 사람을 써야겠다고 고집하여 임명을 강행한다면 그것을 막을 방도가 없으며 법률을 어기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후보자의 흠결이 많다고 판단하여, 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인사 임명에 반대), 고위공직자의 임명을 강행하는 정치적 책임(?) 문제가 따를 뿐이다.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 가운데는 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와 가족들의 흠이 모두 드러나게 되는 데 대해 부담을 느껴 후보를 아예 사퇴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후보자로 거론된 10명 가운데 선순위자 9명이 모두 사퇴하고 10순위가 발탁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인사청문회 제도를 공직후보자들의 무덤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마침 법무부에서는 새로운 인사검증 시스템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고위공직자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 추천되지 않는 한, 이전의 수많은 인사검증 시스템에서와 마찬가지로 야당과 언론의 트집에 의해 낙마자는 계속 나올 것이다.

새로운 인사검증 시스템에서는 그러나 무엇보다 후보자의 자질과 관련된 팩트의 교차점검이 가능해야 할 것이며, 그 결과는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자질구레한 제로섬 게임에 몰두하기보다 큰 국가 비전제시해야

 

현 정국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뻘밭에서 허덕이는 것은 인사검증 시스템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한민국이 처한 현재의 국제 환경은 얼마나 좋은가? 단군이래 언제 이런 호기(好機)를 맞은 적이 있던가? 물론 일부 경제지표들이 비관적·부정적으로 나타나긴 하지만, 정치권이 잘 대응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미래 먹거리 마련과 관련된 연구개발(R&D) 예산의 삭감을 둘러싸고 정치권은 부딪치고 있다. 여당은 연구개발 예산이 비효율과 저성과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하면서 R&D 예산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야당 측에서는 R&D 예산 삭감이 법 절차를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R&D 예산에 포함된 나눠 먹기식 예산 배정은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R&D 예산은 미래 먹거리 마련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요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둘러싸고 한국의 방산 산업이 세계적 이목을 끌고 있다. 최근 확대되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도 방산 산업과 관련된 한국의 위상을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방산 산업 시장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몇몇 기술 선도국들이 독과점하고 있었다. 한국과 같이 미국의 지원과 통제를 받는 분쟁국에서는 전차와 전투기는 물론 포탄 한 발도 수출은커녕 수입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방산 산업은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반도체 산업, 자동차 산업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성비가 좋다. 과학기술의 뒷받침 없이는 날로 치열해지는 국가 간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미국과 중국 간의 게임에서 확인할 수 있다. R&D 예산의 문제를 국가발전의 큰 비전이라는 관점에서, 그리고 국가 생존의 입장에서 더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온 국민은 정치권이 자질구레한 제로섬적 정쟁(政爭)에 몰입하기보다는 큰 국가 비전을 모색·제시하길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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