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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대
  • 16-08-1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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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발언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의료서비스산업이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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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의료서비스산업이 포커스
- 의료와 건강보험의 본질을 알아야 의료서비스산업도 보인다 -



현재 정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야당에 강력히 촉구하며 국민에게 홍보도하고 있다. 내수기반 확충과 일자리창출로 경제를 지속성장 시키기 위해서라는 이유에서다. 또 서비스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이 우리나라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연 그러한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의 골자와 의도를 분석해보면 다음 몇 가지로 간추려진다.
서비스산업에 관한 주요정책과 계획을 심의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에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설치한다. 이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5년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각종 지원방안 등을 마련토록 한다. 서비스산업의 정의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서비스산업에 관해서는 이 법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즉 기획재정부가 총괄부서가 되어 모든 서비스산업을 컨트롤 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의 이름을 개괄적으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라고 총칭하고 있으나 그 속내는 의료서비스를 포커스로 하고 있다. 기존 의료관련 법령들을 통제·조정 할 수 있는 근거를 새로 만들고 방침을 관련부처에 시달하고 조정하기 위해서라고 본다. 청와대 여·야 회담에서 야당의 요구로 의료서비스를 이 법 제정 대상에서 제외키로 합의했다가 뒤늦게 당·정이 의료서비스가 포함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 데에서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의료서비스를 포커스로 하고 있다는 것이 읽혀진다. 즉 이 기본법을 근거로 현행 의료체계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건강보험법체계를 산업적 차원으로 개편하려는 의도가 밑바닥에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획재정부가 이 법을 제정하고자 하는 또 다른 속내는 관련 정부부서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이 법이 규정한 내용대로 서비스산업위원회 설치, 5년마다 기본계획 수립, 지원근거 마련, 연구센터 지정 등과 서비스산업 정의를 다시 내리면 일자리 창출과 성장이 이루어진다고 보는가? 그리 된다면 오죽 좋겠는가.

동양고전인 大學(경1장)에 세상을 다스리는 이치로 “物有本末 事有終始 知所先後 則近道矣”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에는 뿌리와 가지가 있고 일에는 마침과 시작이 있고, 먼저 할 일과 나중 할 일을 아는 것이 도라는 것이다. 이 말은 가정이나 나라, 세계를 다스리는 근본 이치라고 본다. 

민간 영역이나 정부 영역을 막론하고 사업(정책)은 저마다의 본질과 특성이 있다. 그 사업의 본질(개념)과 특성을 명백히 파악하고 본말과 선후를 가릴 수 있어야 전략 전술도 나올 수 있다. 사업(정책)의 본질과 특성도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때문에 기업이나 정부의 정책도 변화해야 하고 핵심이 되는 경쟁력도 변화한다.
한 가지 예만 들어보자. 시계산업의 경우 초기 고도 정밀산업에서 양산 조립산업으로, 패션산업으로, 최근엔 보석산업으로 그 성격이 변화해 왔다.  

의료정책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자유방임 의료에서 공공성이 강화된 의료로, 건강보험제도 도입으로 공공재적 성격의 의료(정책)로 변화해 왔다. 특히 1948년 세계인권선언은 의료정책 변화의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 제도나 정책의 배경에는 사상과 철학이 있고 추구하는 가치가 있는 법이다. 그 철학과 가치에 맞추어 원칙과 목표를 제시하고 모양을 갖추고 뿌리가 내려지도록 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의료서비스에 관한한 이 법은 의료와 건강보험의 본질이나 특성을 잘 파악치 못하고 보건의료의 실상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의료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접근 방법도 본말과 선후가 전도됐다. 

만약 이 법이 현실화 된다면 정부가 주장하는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의료현장은 갈등과 혼란만 조성될 것이다. 특히 정착단계에서 개혁이 필요한 단계에 접어든 우리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뿌리 채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의료를 국가가 직접 관장하거나 사회보험방식의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는 유럽의 현대 산업국가에서는 의료를 공공재로 취급하고 있다. 특히 세계인권선언에서 의료를 인간의 기본권으로 천명한 이후 더욱 그러한 추세이다. 최근 미국 오바마 정부의 건강보험 개혁 조치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독일의 질병보험을 벤치마킹해 도입된 우리나라 건강보험 의료서비스도 분명히 규범적으로 공공재적 성격의 재화이다.

우리나라 모든 국민은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매월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의료기관은 정부가 정한 의료수가대로 진료비를 청구해야 한다. 청구한 진료비는 정부(보험자)의 심사를 받아야 하고 기준을 벗어나면 강제로 삭감 당한다. 건강보험환자의 진료를 거부하면 법에 의거 처벌받는다. 

정부의 모든 의료정책은 건강보험제도에 반영돼 국민과 의료기관에 적용된다. 그리고 정책의 시행 결과는 의료정책과 건강보험제도에 다시 수렴되는 순환 구조이다. 건강보험 의료서비스가 의료정책 대상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공공재적 성격의 재화인 건강보험 의료의 성격과 개념, 의료서비스와 건강보험 법체계를 사회적 합의도 없이 산업적 차원에서 규정하려 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가? 
세계 역사 흐름을 거슬리면서 법까지 만들어 다른 의료와 건강보험관련 법령들을 에둘러서 규율하고자 하는 의도는 과연 무엇이며, 그 의도하는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고 보는지? 이 법을 제정하지 않으면 의료서비스산업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인지 묻고 싶다. 

둘째, 이 법 제정의 근거로 정부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경쟁력과 생산력이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의료서비스에 관한한 그렇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최근 OECD가 발표한 2013년 헬스데이타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와 간호사 수가 우리나라는 각각 2.2명, 5.2명인데 OECD 국가 평균은 3.3명, 9.1명이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우리나라 11.0병상, OECD 국가 평균 4.8병상이다. 국민 1명당 연간 의사(외래)를 방문하는 회수 즉 의료이용은 우리나라가 14.6회, OECD 국가 평균은 6.7회이다. 환자 1명당 입원 평균 재원일수는 우리나라는 16.5일, OECD 국가 평균은 7.3일이다. 1인당 연간 국민의료비는 우리나라가 2.275달러, OECD 국가 평균은 3,453달러이다. 우리나라 의료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위 각종 데이터를 보고도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의 경쟁력과 생산성이 주요선진국에 비해 저조하다고 할 수 있는가? 

세계 각국에서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를 배우기 위해 2004년부터 매년 10여개 나라에서 우리나라에 연수를 오고 있다. 12년간 236개국 517명(누적 수치)이 연수에 참여 했다. 금년에도 중남미 등 21개국에서 41명이 연수에 참가하고 있다. 이는 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1977년에 건강보험제도를 도입, 12년만인 1989년 전국민건강보험을 달성했다. 건강보험제도 도입 후 전국민건강보험을 달성하기 까지 최단 38년(일본), 평균 100여년(유럽) 걸린 선진 각국에 비해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발전과 관련하여 현재 정부가 할 일은 생산력과 경쟁력 문제가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 핵가족화, 정보화, 소득양극화 등 시대변화에 따라 국민 건강보호와 보장정책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의 전략적 고민이다. 일에는 선후가 있는 법이다. 의료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난제를 많이 안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확대 정책은 계속 추진하고 있음에도 보장율은 오히려 매년 떨어지고 가계부담은 늘어나고 있다. 대형병원, 중소병원, 의원급 등 의료기관간 환자 집중과 수지불균형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보듯 공중보건정책은 실종됐다.  특히 전국민 건강보험이 달성됐다고 하는데 민영의료보험 가입으로 인한 국민부담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험개발원이 전문기관에 공동으로 의뢰하여 나온 연구용역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가구가 평균 3.6개의 민영의료상품에 가입하고, 가입 가구당 월 평균보험료는 27만원 수준으로 민영의료보험료 총액은 건강보험료 총액의 83.4%에 해당하는 27조4000억원(2011년도 통계기준)으로 나타났다. 

이와같은 상황은 이대로 가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심화되어 갈 것으로 본다. 건강보험 비급여 확대, 의료수가 지불방식의 불합리, 의료기관간 불균형, 의료전달체계의 미확립, 보험료부과기준의 불공정, 보험자 기능과 역할의 혼란상, 진료현실과 괴리된 의약분업, 공중보건정책의 방향 설정 등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그 이유는 전국민건강보험달성 이후 근본적으로 의료에 대한 분명한 성격 규명과 비젼 제시가 없었고 2000년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나자 그때그때 대증요법으로 대처해온 누적된 결과 때문이다. 

상황이 위와 같은데 서비스발전기본법 제정은 ‘공공재냐 사적 재화냐’의 의료의 성격과 본질 문제에서 출발, 의료영리화, 건강보험 민영화 등 정치적 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다분하다. 무엇보다 의료현장의 갈등과 혼란으로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를 뿌리채 흔들리게 하는 요인을 제공하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고 본다. 또한 건강보험의료를 둘러싼 산적한 문제들을 한꺼번에 빨아드리는 블랙홀이 돼 해결방안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의료서비스를 전략적 창조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인적, 물적, 기술적 자원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에 없는 독특한 의료체계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혁신적 사고를 하지 못하고 기존의 관념에 사로잡혀 의료서비스산업도 방향을 잘못 짚고 있다. 하기야 형평성을 잃고 불공정하기 짝이 없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하나 개혁하지 못하고 있으니 할 말을 잃을 뿐이다. 사회보험 방식의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모든 나라가 소득중심으로 보험료 부과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하늘 아래 무에서 유는 나올 수 없다.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 다른 융합이고 편집이라고 했다. 15-6세기 르네상스도 상이한 사상의 충돌에서 탄생되지 않았는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만져지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상상력과 통찰의 힘이 필요할 때이다.



김종대<전 건강보험관리공단 이사장>

※ 이 글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제정과 건강보험’이란 제목으로 「ISSUE PAPER NO 16」(건강보험정책연구원, 2015.12.28.)에 실린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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