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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태준칼럼
  • 17-01-03 21:28
  • 10,746

[생활 발언대] 신춘문예 당선작품

본문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오랜 시간 시조 소식 드리지 못했습니다. 별 진전이 없어 그리 되었습니다.

다행히 금년 벽두에 그간 6년의 도전 끝에 신춘문예의 말석을 차지하게 되어 다시 용기를 내어 필을 잡았습니다.

자랑도 노추의 한 모습이라 적잖이 저어되오나, 뉴스가 없는 일상에서 이룬 작은 결과를 너그로이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당선한 농민신문은 일반종합지가 아니어서 구매도 쉽지 않아 우정 전달하지 않으면 접할 수도 없음을 빌미로 보내드립니다 .(농민신문은 농협 계열 신문사인데, 발행부수는 그래도 조중동 , 매경, 한경 다음이라네요.)

 

정유년 새해 따뜻이 맞으시고 건강, 건안하시길 앙축드립니다. (새해 벽두에 송태준 근배)

 

<작품에 약간의 소개를 곁들이면,우리 역사에서 빼어난 경세가였던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시각에서 오늘날 위중한 사회문제가 된 노인문제, 나아가 양극화 등 이 시대의 병폐를 부각시키려 했습니다.>


[2017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작] 송태준


다산茶山, 마임 무대에 선



천 리 밖 매운 탄식이 돌옷 거뭇 배어 있는

신새벽 화성華城 안길 헤집는 손수레 한 대

거중기 발치에 쌓인

야사野史 더미 고른다

  

빈 박스, 빈 깡통에 빈병서껀 넝마 조각

체념하듯 되돌아와 널브러진 성벽 위로

한잠 든 사직을 깨워

뒤척이는 깃발 소리

 

도돌이표 궤도 위를 수레는 굴러가나

받아든 푼돈 온기로 세밑 바람 뚫고 가는

판박이 목민牧民 앞에서

혀 차는 다산 줌 업

 

휴! 긴 숨 몰아쉬며 한 평 쪽방 찾아드는

노인의 굽은 등 위 펄럭이는 열두 만장挽章*

긴 심서心書 적어가던 붓

그예 꺾고, 암전暗轉이다
* 자살률 세계 1위 대한민국에서는 매일 평균 12명의 노인이 자살한다.

 





[신춘문예-시조]심사평 “다산 새로쓴 사유 깊이·완성도 탁월 쪽방찾는 노인 ‘도돌이표 역사’ 투영”


시는 언어의 건축이다. 그래서 그 속에는 시인 나름의 짜임과 얼개, 전략과 장치가 들어 있다. 그렇지 않으면 부실건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 점 신춘문예 응모작도 예외가 아니다.

<농민신문>의 ‘농민’을 의식한 나머지 응모작의 태반이 농경 정서다. 농촌도 엄연한 삶의 현장일진대 이런 현상을 배격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작품성이다. 적잖은 작품들이 설익은 상념과 넋두리에 그친다. 아쉬움이 남는 만큼 사유와 경험의 내밀화가 절실한 대목이다.

오랜 논의 끝에 최종심의 윤곽이 가려졌다. 가뭄 현장의 수로 공사에 생존의 목마름을 결부한 ‘와디’, 안정된 호흡으로 삶의 상처를 위무하는 ‘오래된 꽃밭’, 생존의 비애를 비탈의 눈발에 비유한 ‘추전역’, 칼과 꽃에 어머니의 생을 덧씌운 ‘억새’ 등이 마지막까지 남았다.

하지만 이들 작품은 사유의 깊이나 완성도 면에서 ‘다산茶山, 마임 무대에 선’에 못 미쳤다. ‘다산茶山, 마임 무대에 선’은 발상이 광고(曠古)하다. 다산을 노래한 작품은 쌔고 쌨지만, ‘마임 무대에 선’ 다산을 읽은 기억은 없다.

무대는 다산이 거중기를 만들어 축조한 수원화성이다. 그곳에 버려진 ‘빈 박스, 빈 깡통에 빈 병서껀 넝마 조각’을 ‘한잠 든 사직’에 접목한다. 역사의 변전과 반복이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메시지의 진정성은 ‘받아든 푼돈 온기로’ ‘한 평 쪽방 찾아드는/ 노인의 굽은 등’에 있다.

‘긴 심서 적어가던 붓/ 그예 꺾고’ 맞는 ‘암전’. 여기서 작품은 끝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작품의 시작이다. 역사의 현재화, 형식의 자기화에 투철한 작품이다.

시조의 길에 들어섰으니 온 힘을 다해 완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낙선자들은 이번 경험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박기섭, 김일연 시조시인


[신춘문예-시조]당선소감

“낮은 노래로 상처받은 곁들 위로하고파”

이순 깊어질즘 들어선 시조의 길 동행한 스승·벗·가족 은혜 감사
포토뉴스

 

 한때 무성한 몸짓으로 곁을 내주던 사무실 창 너머 양재천의 나무들이 뼈대만 곧추세워 겨울을 견디는 모습을 보던 눈길이 자꾸만 멀어져 놀구름 하늘 가녘을 하릴없이 더듬던 중 눈앞이 환해지는 소식을 접합니다.

 현직에서 물러나 이순도 깊어질 즘 마른 풀처럼 삭아드는 둘레가 못내 겨워 시조의 길에 들었습니다.

 그 갈한 가슴의 분출일까요? 밤을 지새우는 습작을 이어가며 까짓 한두번이면 되겠지 하고 뛰어든 신춘문예의 늪에서 허우적대기 5전6기, 이제사 작은 증표 하나 받듭니다.

 앞만 보고 가기만도 벅찬 시점인데 시선은 자꾸 뒤를 향하네요. 하늘로만 뻗어가는 메타세쿼이아 나무처럼 유독 승했던 오기로 성취는 하잘것없고 누()만 덕지덕지 남겨놓은 길에 대한 뉘우침이 갈수록 겨울밤을 늘어뜨립니다.

 또한 실체가 명확하지도 않은 이데아에 대해 젊을 땐 왜 그리 집착했던지…. 세월이 이윽해지면 남는 건 결국 관계뿐인데 말입니다.

 앞으로는 나의 낮은 노래로 상처받았을 곁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해드리고 싶습니다.

 미숙하나마 여기까지 오기도 많은 이의 은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배움을 주신 스승님들과 도반들께 엎드려 큰절 드리고, 가족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졸작에 방점을 찍어주신 심사위원님과 <농민신문>에도 깊은 감사 말씀 올립니다.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송태준 ▲1947년 경북 김천 출생 ▲서울대 사학과 및 행정대학원 졸업 ▲20여년 공직 근무 ▲전 한국신용평가 사장 ▲한밭시조백일장·공무원문예대전·님의침묵백일장·개천문학상 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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