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림단상 200918> 코로나 이후 사회,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코로나 사태와 관련된 재미있는 동영상 하나를 접하였다. 부산의 한 지하철 객실에 앉아 있는 중년신사에게 한 젊은 청년이 다가가 다른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자, 그 중년 신사가 “나에게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고 고함치면서 벌어진 소동을 찍은 것이다. 코로나 역병을 다룬 이 짧은 동영상은 많은 것을 생각게 하였다. 얼핏 떠오른 생각은 방역문제를 둘러싸고 앞으로 ‘공동체주의’와 ‘자유주의’의 가치가 더 근본적으로 부딪치면서 ‘공동체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초기’ 인류사회처럼 되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지난 3월 ‘Foreign Policy’지에 소개된 12명의 세계적 사상가들(12 leading global thinkers)이나 「코로나 이후 세계(Covid19)」라는 책을 재빠르게 펴낸 셍커(Schenker)와 같은 미래학자는 코로나 사태가 세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측하였다. 코로나 이후 세계에서는 사회가 무너지고(social collapse) 경제시스템이 변하게 되며, 국가(state)가 이전보다 더 큰 힘을 갖게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실제로 ‘비대면 문화(untact culture)’가 확산‧정착되면서, 면대면 소통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기존의 사회적 관계가 붕괴되고 있다.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이 느껴지던 무관중 공연, 무관중 경기가 이제는 낯설지 않다. 줌(zoom)을 이용한 교육 등 비대면 기술(untact technology)의 발전은 교육 현장도 바꿔 놓을 것이다. 미국, 일본 등에서 이미 허용하고 있는 원격진료(telemedicine)가 더 확산되면, 병원 풍경도 달라질 것이다.
e-커머스로 상징되는 비대면 마케팅(untact marketing)은 경제시스템 또한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집중’이 ‘분산’으로 가속화될 것이다. 다니엘 벨 등이 그린 ‘탈산업사회(post-industrial society)’의 변화된 모습이 더 빨리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자본주의적 생산‧유통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사무실에 함께 모여 일하지 않음으로써 빌딩 수요가 줄고 출퇴근 교통난에도 시달리지 않게 될 것이다. 이미 일부 기업과 선진사회에서는, 코로나 사태와 관계없이,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있다. ‘일’의 종류와 일자리도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 세계에 관심을 갖는 학자들은 또한 한결같이 역병의 유행이 국가의 권능을 강화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월트(Stephen M. Walt), 벨퍼(Robert and Renée Belfer) 등 하버드 대학의 국제관계학 교수들은 각국 정부가 위기관리를 위해 취한 긴급조치들(emergency measures)이 부여한 새로운 권한을, 위기가 종식된 뒤에까지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여러 나라 지도자들은 ‘방역’을 앞세워 정부의 권능을 강화하고 있다. 그들이 실제로 국민의 건강을 염려하는지 아니면 그것을 명분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모두가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정의를 앞세우기도 하며 복지를 내세우기도 한다. 그냥 단순하게 성장과 일자리를 앞세우기도 한다.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코로나 사태를 정권의 유지와 창출에 이용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한다. 코로나 발병 숫자를 조작하고, 역병의 확산 원인을 특정 집단에 덮어씌우는 것은 고전적 방법에 속한다. 전통적 미디어와 SNS를 통해 교묘한 심리공작을 펴기 일쑤다. 내부의 치부가 드러날 경우 ‘가짜 뉴스(fake news)’로 몰아붙여 가치판단을 흐리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안일하게 정치 게임에만 몰두하기에는 코로나 사태가 가져온 상황 변화가 너무 무겁고 근본적이다.
어떻든 한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은 코로나 사태를 새로운 사회 변혁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변화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해 가야 할 것이다. 먼저 코로나 이후의 사회가 순조롭게 잘 작동할 수 있도록 관련법과 제도를 미리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 나누기를 포함하여, 국민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며, 또한 사회적 가치들이 보다 정의롭게 분배되는 공정한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