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앞서가면 전국이 따라 하는 게 더러 있는데 주로 자연을 활용하여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것들입니다. 요즘은 '평화의 섬' 제주를 '힐링의 섬'이라고도 하죠. 천혜의 자연과 맑은 공기 자체가 힐링 효과를 가져온다고 하는 말일 겁니다. 명상과 힐링의 길로 알려진 제주 올레길을 본떠서 전국의 다른 지자체들이 산 속에 둘레길을 만들었습니다. 거꾸로 제주도가 내지(內地)의 둘레길을 본떠서 한라산 속살을 파고드는 둘레길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올레길은 규슈, 스위스, 몽골 등지로도 퍼져나가 해외에서도 한때 '올레길' 만들기 바람이 일었습니다.
실은 올레길도 아이디어는 해외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제주 올레길을 창시한 서명숙 (사)올레 이사장에 따르면 피레네 산맥을 가로지르는 산티아고 길(Camino de Santiago)에서 영감을 얻어 올레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죽도록 고생해서 그 길을 다 걷고 나서 한 영국 친구와 작별 인사를 하는 순간 번뜩 영감이 스쳐갔대죠. 그러고 나서 바로 고향 서귀포로 돌아와 제주 바닷가를 걷는 올레길을 시작한 것이죠. 우리는 바깥에서 배워와 우리 것으로 재창조하는 데에 이골이 나 있는 민족인가 봅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도 남의 것을 빌려와 우리 것으로 만드는 우리 민족의 남다른 재능을 백 퍼센트 활용한 결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제주 발명품 또 하나가 전국으로 퍼져나갈 태세입니다. 이번에는 황토광장입니다. 서귀포 신시가지 숨골공원의 저류지(貯留池)를 메워 그 위에 황톳길을 조성한 것인데 웬만한 초등학교 운동장보다 더 넓습니다. 한 바퀴 돌면 4백 미터는 족히 되니 그 주변을 돌기만 해도 주민들의 건강에 도움이 될 그런 곳에 붉은 황토까지 깔아놓았으니 여간 명물(名物)이 아닙니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아 지난 7월 3일 개장 이래 벌써 여남은 번은 다녀온 것 같습니다. 더위를 피해 새벽이나 저녁에 가보면 현지 주민들뿐 아니라 서울 등 타 지역에서 온 분들도 눈에 띕니다. 이들은 자기 지역에도 이런 것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하고 말을 주고받더라고요.
황토광장, 황톳길은 세계적인 맨발걷기 유행과 맞닿아 있습니다. 맨발 바닥에 닿는 황토의 성분을 흡수하며 걸음으로써 심신을 단련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 효능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서귀포의 황토어싱(earthing)광장을 소개하는 커다란 현수막에는 1. 불면증 완화, 2. 근육량 강화, 3. 혈액순환 개선, 4. 골다공증 예방, 5. 우울증 개선 등 다섯 가지를 구체적인 건강 효과로 적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일단 수면 개선 효과는 확실해 보입니다. 뻑뻑한 흙길을 걸으니 근육 강화는 당연하고, 혈액순환도 분명 따라올 것입니다. 앞의 것들이 맞다면 나머지 두 개 효과에도 자연히 믿음이 가지 않을 수 없겠지요.
한번은 황톳길을 걷다가 서귀포시청 녹지과 담당 공무원을 만났습니다. 장마 후 염천에 흙이 너무 메말라서 스프링클러 장치 가동을 보살피는 중이었습니다. 저는 그 공무원을 통해 서귀포시 칭찬을 융숭하게 해주었는데 여기 들인 비용 1억4천만 원으로 한 달 만에 그 10배 이상으로 주민의 건강.행복 증진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본다 하였죠. 그러고 보니 서귀포시는 여러모로 행정이 잘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로도 잘 정비되고 있으며 공원, 운동장 등 공공시설도 충분히 조성돼 있는 것으로 봅니다. 도처에 있는 무료 주차 시설, 관내 도서관 운영 시스템 등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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