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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4-11-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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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발언대] 예술 후원, 부담인가 '특권'인가? *정달호 회원이 2024.11.12. 자유칼럼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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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후원, 부담인가 '특권'인가

 

지난달 중순 2024년 서울국제음악제(10.18~10.26, 예술의전당)의 일환으로 '서울국제음악제 후원(後援)음악회'가 서초동 모차르트홀에서 열렸습니다. 그간의 후원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미래의 후원자들을 만나는 것이 목적인 음악회였습니다. 이번 음악회는 특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던 만큼 청중이 100명 채 안 되는 작은 규모였지만 예상외의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작곡가 류재준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3''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3'이 차례로 연주되었으며, 연주자 4명 중 3명은 모두 올해 열여섯 살을 맞은 서울국제음악제의 원년 멤버들이었습니다. 전자에는 82세의 아르토 노라스(Arto Noras, 1942~)78세의 랄프 고토니(Ralf Gothoni, 1946~)가 각각 첼로와 피아노를 연주하였고 후자에는 정상급 연주자인 백주영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19세의 영재 피아니스트 최이삭이 피아노를 맡았습니다.

 

청중은 그간 서울국제음악제를 후원해온 단체의 대표들과 개인 후원자들이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며 참 대단한 분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선망(羨望)의 시선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들의 후원 덕으로 저를 포함한 많은 음악 애호가들이 쉽게 높은 수준의 음악감상 기회를 향유하고 있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저는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기부를 조금씩 해왔지만 음악를 비롯한 예술 활동에는 후원을 할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임해왔습니다. 이제는 소액이라도 꼭 후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예술 외에도 기부나 자선을 할 대상이 많습니다. 기아와 빈곤, 재난과 재해, 전쟁과 폭력의 피해자들은 사회의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합니다. 이런 데에 자선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한가하게 무슨 예술 후원이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사람에게는 생명의 안전과 먹고사는 일이 최우선입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삶은 먹고사는 일만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배를 불리고 나서도 예술이 없으면 인간은 삶을 지탱할 수 없습니다. 의식주를 넘어서서는 인간에게 예술 활동만큼 중요한 게 없습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이전에 예술적인 동물입니다.

 

예술 활동은 일차적으로 예술가들의 몫이지만 전반적인 예술의 발전은 예술가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예술을 발전시키는 데는 이를 향수하는 청중과 관객의 성원과 후원이 절대적입니다. 예술을 장려하고 후원하는 메세나 활동은 고대 로마시대부터 시작되어 현대에 와서는 개인과 기업이 맡아 오고 있습니다. 후원자들은 예술 후원을 사회공헌으로 생각하면서 이를 명예롭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런 독지가들의 성원과 후원이 없었다면 인류는 오늘날과 같은 찬란하고 풍요로운 예술 문화을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모든 예술 활동이 중요하지만 영혼을 치유하고 살찌우면서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음악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플라톤과 공자를 비롯한 동서양의 현자들도 음악을 매우 중요시했습니다.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음악은 나날이 우리 삶에 크고 깊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중음악뿐 아니라 클래식음악 분야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연주자를 많이 배출하고 있는 음악 강국입니다. 이는 예술가 개개인의 타고난 재능과 좋은 교육을 통한 노력에 기인하겠지만 연주자들은 콘서트를 비롯하여 음악 축제나 콩쿠르 등 다양한 음악 행사를 통해 좋은 청중과 만남으로써 더욱 기량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음악 강국인 우리나라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같은 세계 유수의 음악제 못지않은 국제음악제를 육성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손꼽을 만한 국제음악제로 서울국제음악제, 대관령국제음악제, 통영국제음악제 등이 있습니다. 모두 다 훌륭한 국제음악 페스티벌입니다. 그중에서도 우수한 음악 인프라가 갖추고 문화적 매력이 넘쳐나는 서울에서 개최되는 서울국제음악제(SIMF, Seoul International Music Festival)가 대외적으로 우리나라 대표 국제음악제로 우뚝 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겠습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세계 음악가들과 음악애호가들의 축제인 동시에 오스트리아의 고급관광객 유치에도 큰 몫을 하고 있는 관광 마켓이 돼 있는데 우리나라도 그렇게 할 수 있을 만큼 제반 여건이 성숙돼 있습니다. 서울은 이제 세계인이 다투어 찾는 문화와 예술의 도시입니다. 서울에 와서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축제까지 누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누가 뭐라 해도 이제 우리나라는 선진국입니다. 21세기 들어 글로벌 감각을 가진 새세대들이 주류세력으로 진입하면서 시민의식 면에서도 선진국으로서 큰 손색이 없게끔 되었습니다. 예술 분야에서도 웬만큼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지만 기업과 개인을 아우르는 두터운 후원층이 있는 선진국 수준에 이르기에는 아직 많이 미흡하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도 이제 청중과 관객이 예술을 이끄는 시대적 조류에 걸맞게 기업과 개인이 예술 활동 후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때입니다.

 

자선 활동처럼 예술 후원도 부담일 수밖에 없겠으나 자선과 후원이 갖는 긍정적 효과를 생각하면 부담보다는 보람이 훨씬 더 클 것입니다. 예술 후원은 예술을 아끼고 사랑하며 예술의 발전에 참여하는 것을 명예롭게 생각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게 보면 예술 후원은 '선택된 사람들만의 특권'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권'을 외면하기보다는 형편이 닿는 한 작은 규모라도 후원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예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나아가 우리 사회를 더욱 조화롭게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예술은 인간 모두에게 열려 있고 예술 후원은 우리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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