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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현진
  • 17-12-14 21:29
  • 12,859

[사회적 발언대]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본문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임 현 진

 

 

 

한국사회에서 촛불은 힘 있는 민주주의(empowered democracy)를 향한 시민혁명이라 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19604.19학생혁명이 자유와 평등에 대한 열망을 담았고, 19876월 시민항쟁은 민주주의를 향한 권위주의의 청산을 의미했고, 그리고 촛불은 민주주의로부터 공화주의의 완성이라는 시민혁명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오랜 민주화 과정에서 선거에 의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를 넘어, 촛불은 시민이 권리와 책임을 지는 공화주의라는 내용을 채우라는 의미를 지닌다.

 

과연 촛불 이후 우리는 변화하고 있는가? 적폐청산이라는 구호에 맞게 모든 것을 바꾸라는 얘기는 아니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 하듯이 개혁은 거시적 비전과 구체적 전략을 지녀야 한다. 방향, 속도, 범위에 맞게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 초기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개혁입법이 어렵고 홀로 밀어붙이다보니 지속성을 갖는 제도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국민을 위한 나라다운 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개발은 한반도에 전운을 드리우고 있고, 우리의 정치경제적 환경은 녹록치 않다. 할 일은 많은 데 장애도 많다. 나는 평소 우리 사회를 위해서 사람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공정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유능한 지도자의 리더십보다 우선한다고 본다. 튼실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으면 권력의 변화에 따라 사람이 바뀌어도 정부의 여러 정책들이 연속성을 가지면서 나라가 무리 없이 굴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화라는 기회와 위협에 마주하고 있다.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많다. 문제는 성장과 배제가 동시에 일어나는 상극적 발전(antagonistic development)이다.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모순은 단순히 빈부격차의 차원을 넘어 도시와 농촌, 대기업과 중소기업, 취업자와 실업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남성과 여성 사이에 구조화되고 있다. 세계화와 명암이 교차하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이른바 ‘8020’의 사회가 남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현실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모래시계형 사회가 가져올 위험은 두 개의 국민으로의 분열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러므로 우리는 해방 70년의 압축발전의 빛과 그림자를 미분하고 적분하여 미래 한 세기를 준비해야 한다. 전근대, 근대, 탈근대의 시간적 중첩 아래 이루어진 과()발전, ()발전, ()발전의 공간적 병존이라는 복합이행사회로서 한국을 보자. 이 와중에서 경제성장에 비한 사회복지 제도의 지체, 도시화에 따른 농촌공동체의 파괴, ()개발에 따른 환경오염과 생태위기,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에 따른 인간관계의 변화 등이 나타나고 있다.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권위주의와 평등주의, 명분주의와 실용주의, 귀속주의와 업적주의, 정의(情誼)주의와 합리주의 등 사회관계에서 서로 다른 조직원리가 충돌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집단 이기주의, 물질 만능주의, 반인륜적 행위, 생명경시풍조 등이 그 표출이다.

 

미래 한 세기를 내다보면 한국이 가야 할 길은 경제성장과 사회복지 사이의 조화와 균형에 있다. 경제성장이라는 삶의 양도 중요하지만, 사회복지라는 삶의 질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리고 경제성장과 사회복지를 민주주의라는 협치의 방식으로 담아내야 한다.

 

 

 

 

 

[임현진 사회평론집 4]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백산서당 2017.9.30.) ‘머리말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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