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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림단상
  • 16-09-1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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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발언대] 연해주를 다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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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림단상(2016. 9. 13.)>               연해주를 다시 보다

 

 

  201699일부터 11일까지 짧은 일정으로 연해주(沿海州, 프리모르스키)의 우스리스크(연해주 제2도시로 인구 16만 명)와 블라디보스토크(1도시로 인구 60만 명)를 다녀왔다. 연해주는 남한 면적의 1.6(165,900)배에 달하는 넓은 지역으로 중앙아시아의 흑토지대 또는 미국 중서부의 옥수수 지대(corn belt)에 비견되는 비옥한 평야 지역이다. 인구는 207만 명(2005년 기준)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블라디보스토크 항은, 샌프란시스코에 비유될 정도로 아름다운 미항이었다.(3일차에 요트를 타고 둘러본 블라디보스토크 항은, 해군 출신의 필자 눈에는, 입구를 루스키 섬 등이 가리고 있는 천혜의 요새로 비쳐졌다.) 공항에서 북쪽으로 1시간 가령 달려 도착한 우스리스크에는 연해주 항일운동의 역사 자료를 모아 둔 고려인 역사박물관과 고구려 또는 발해 시대의 거북이 동상과 석빙고 등을 볼 수 있는 거북이공원이 있다. 그리고 대동공보를 발행, 항일의식을 고취시키고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지원한 독립운동 지도자 최재형 선생의 최후 거주지가 있다.

 

  앞에서 고구려 또는 발해 시대의 거북이 동상으로 애매하게 표현한 것은 유물에 새겨진 문양 등이 한반도 문화유산임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으나, 연해주에 흩어져 있는 발해 성터, 발해 절터 등의 유적이 여태까지 제대로 보존·개발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음을 나타낸 것이라 하겠다. 발해 성터 및 절터는 홍수로 인한 접근 도로의 파손으로 방문하지 못하였다.

 

<발해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거북이 공원의 거북이 동상 및 석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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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이 동상>                             <석빙고>

 

  앞으로 연해주와 하바롭스크 등 극동 지역에 흩어져 있는 유적들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 중국의 동북 공정에 맞설 수 있는 역사적 논리들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튿날 돌아본 몇몇 대규모 한인 농장들은 ‘21세기 한·러 협력 시대를 상징할 사업장으로 여겨졌다. 아그로상생 호롤 농장 등 한국계 영농 회사들은 러시아 정부로부터 9천만 평에 달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광활한 농지를 장기 임대하여 옥수수 연간 7만 톤(재배 면적, 기후 등에 따라 수확량이 매년 바뀔 수 있음), 35천 톤, 27천 톤 등을 수확하고 있다고 한다. 대형 농기계를 사용하여 Non-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방식으로 생산되는 이 수확물들은 현재는 전량 러시아에서 소비되고 있으나, 향후 남북한의 식량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연해주의 주된 산물은 오늘날 농수산물 및 그 가공품에 한정되고 있으나, 그밖에 노천탄광도 있고 희토류 등의 광물 자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연해주의 발전 가능성은 유망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우스리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오는 도중에 193718만 명의 고려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송한 라즈들리니 역에 들러 잠시 회상에 잠기기도 하였다. 라즈들리니 역 인근에서는 또한 김정일의 탄생지(1940년 당시 산파 일을 보았던 옆집 할머니가 몇 년 전 지방신문과 인터뷰함) 및 그 앞쪽의 소련군 장교 숙소를 둘러보기도 하였다.

 

<김정일의 탄생지 및 옛 소련군 장교 숙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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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의 탄생지(2층 왼쪽 방)>             <1940년 당시의 소련군 장교 숙소>

  

  블라디보스토크는 베이징 조약에 의해 러시아 령이 된, 1860년까지는 중국의 영토였다. 근년에는 20129월 개최된 제 24APEC 정상회담과 이달 초 개최된 제2동방경제포럼에 의해 재조명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2012년의 APEC 정상회담을 즈음하여 2020년까지 2조 루블(한화 약 400조원)을 투입해 첨단산업 기지와 경제특구를 조성, 블라디보스토크를 100만 인구를 가진 "러시아의 샌프란시스코"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러시아 정부는 또한 극동지역 투자 유치 및 개발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동방경제포럼2015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와 같은 극동지역 개발의 파트너로 일본이나 중국보다는 한국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나 한국 정부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듯하다.

 

  한·러 신협력 체제의 구축은 경제적 측면에서나 동아시아의 새로운 세력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1896-7년 아관파천(俄館播遷) 당시에 못지않은, 오히려 그보다 더한 중요성을 지닌다고 하겠다. 한국 정부가 하기에 따라서는 한--, --러로 짜인 6자 회담 구도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지는 2004, 러시아의 세르게이 다르킨 연해주 주지사가 하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20여만 명의 북한 난민을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금년 2월의 개성공단 폐쇄 이후에는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 북·러 접경 도시인 하산을 개성공단 대체지로 개발하는 안이 조심스럽게 제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가 핵문제 해결에 온 에너지를 쏟기보다 외교정책의 기조를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33개 한국 대학에 교환학생을 보내고 있는 극동연방대학교와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러시아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연해주 개발 사업에 한국이 적극 참여하는 것은, 겉으로만 걱정을 늘어놓는 청년 실업 해결의 현실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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