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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림단상
  • 16-04-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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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발언대] 줄탁동기(啐啄同機)의 한반도 중립화안을 공론화하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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宇林斷想 1601  

 

 

 

줄탁동기(啐啄同機)의 한반도 중립화안을 공론화하자

 

 

 

 

 

  통일대박! 한나라 수장이 얘기하기엔 참 뜬금없는 얘기였다. 통일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상대방도 있고 주변국도 있으며 준비도 필요하게 마련인데, 무슨 기미(幾微)라도 있었나 하는 기대는 곧바로 사라지고 말았다.

 
  한반도 중립화론도 현 시점에서 뜬금없기는 마찬가지다. 이승만 행정부에 의해 원천 봉쇄되어왔던 중립화 통일론은 4.19혁명 후 잠깐 동안 일부 혁신 단체들에 의해 국민운동 차원으로 전개되기도 하였으나, 5.16군사정권이 중립화 통일론자들을 국가보안법으로 엮어 투옥한 이후 50여 년 동안 중립화 통일 어젠다는 우리 사회에서 암흑기를 맞았다.
 
  학문적 차원에서 간간이 주창된 중립화 통일론은,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국제정치의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생각으로 희화화(戱畵化)되거나 낭만적 이상주의자들의 넋두리로 취급 받기 일쑤였다. 현실적으로도 중립화 통일론이 주한미군 철수 주장으로 곧바로 이어지거나 북핵 문제와 엮이게 되면 답을 찾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차라리 동맹파(同盟派)의 한 쪽 편에 확고히 서서 이념적으로 자주파(自主派)를 공격하는 것이 훨씬 손쉬운 일일 것이다. 거기에 따르는 세상살이의 이익도 클 것이다. 그러나 주변국의 균형 상태 속에서는 동맹파에 의한 문제 해결은 기대할 수가 없다.
 
  줄탁동기(啐啄同機), 일의 성사를 위해서는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안팎의 움직임과 시기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올 때 계란 속 병아리와 어미닭의 쪼음이 서로 호응해야 하듯이.
 
  한반도 중립화론이 국제사회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1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오군란(1882년)~러․일전쟁(1904년) 시기에 제기된 중립화론은 영국․프랑스․미국․독일 등 주로 서구 국가들에 의해 세계 전략 차원에서 주창되었다. 물론 조선에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진 러시아와 일본까지도 자신들의 세력이 불리하다고 느낀 국면에서 중립화를 제안한 바 있다. 한반도 중립화안은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소 군정 기간, 1953년의 휴전협정 체결기 그리고 1970년대에 닉슨 독트린에 따른 주한미군 철수의 대체 방안으로 미국 정가에서 논의․추구된 바 있다.
 
  구한말 조선 정부에 의해 추구된 중립화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없었던 대외적 원인은 당시 조선을 둘러싼 열강들의 이해관계가 균형점을 찾지 못한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내적으로는 중립화를 추구한 집권 세력 내의 분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집권 세력 내의 여러 정파들은 중립화라는 동일 목표를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제휴 대상 국가의 선정과 차관 도입의 주도권 등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다툼을 벌임으로써 중립화 정책의 추진 동력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필자는 1세기 전에 갈구되었던 한반도 중립화론을 현 시점에서 재공론화할 것을 주창한다. 6자회담 성명서에 규정된, ‘한반도 영구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하기 위해 그러하다. 중립화는 종국적으로 통일로 귀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론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생각을 모으기 위해서는 통일 논의를 너무 앞세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반도 중립화는 남․북한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군비 경쟁 악순환을 방지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주변 당사국들의 동의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대착오적으로 군사대국을 지향하면서도 스스로를 반주권국(半主權國)으로 비하하는 일본과, 현 시점에서 미국과의 전면적 대결을 피하고자 하는 중국을 포함하여. 문제는 대내적 갈등의 극복인 바, 공론화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동맹파와 자주파 간의 분열적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작은 차이’를 덮고 넘어가는 지혜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특히 공론화 과정에서 떠오르게 될 주한미군 문제는 이해당사국 간에 신뢰가 쌓여 동북아에 완전한 평화체제가 정착될 때까지 논의를 미루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필요하다면 그 성격을 조정․변경하면 될 것이다.
 
  ‘동맹체제’는, 특히 비대칭동맹의 경우, 약소국이 강대국으로부터 주권적 자율성을 침해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약소국의 희생 위에 강대국만의 이익이 추구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오늘날에는 다양한 형태의 ‘안보공동체(security community)’ 전략이 추구되고 있다. 기존의 ‘다자협의체’는 동맹이나 집단안보체제와 달리 군사적 대응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한계를 지니나, 동북아에 구축될 새로운 ‘다자안보협력체’에는 그러한 기능을 부가하면 될 것이다.
 
  비록 북핵문제 해결에 주된 목적을 두고 구성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른 바 6자회담을 동북아의 ‘다자안보협력체’로 재정향․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2005년 발표된 6자회담 4차 공동성명 제5항에는 동북아에서의 안보와 협력을 위한 방법을 찾아보자는 데 합의한 규정이 들어 있으며, 제6항은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적절한 별도의 포럼에서 협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자안보체제에 기반한 한반도 중립화안의 공론화가, 긴 시관(時觀)에서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 한민족 평화․번영의 길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  종  수 한성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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