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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3-10-3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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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발언대] 서울국제음악제를 한국 대표 음악제로 * 정달호 회원이 2023.10.23 '자유칼럼'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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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음악제를 한국 대표 음악제로

2023.10.23

저는 고교 시절,  ''클래식 음반 2백 장을 모은 사람을 평생의 반려자로 택하면 잘못될 일이 없다''는 얘기를 해준 한 음악 애호가 친구의 영향으로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학교 부근 학림(學林)다방을 자주 들나들면서, 또 다른 음악 애호가들처럼 이따금 시내 음악감상실을 들락거리면서 클래식 음악을 듣곤 하였습니다. 음악을 '평지풍파(平地風波)'라고 한 오랜 친구의 촌철(寸鐵)이 암시하듯 누구든 음악으로부터 벗어나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평소 클래식 음악 듣기를 좋아해오던 중  5, 6년 전부터 서울국제음악제의 열두어 명 조직위원 중 하나가 되어 매년 이 음악제에 참석하다가 이번 제15회 서울국제음악제를 맞기에 이르렀습니다. '낭만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음악제 여섯 번의 콘서트(브람스 실내악 3, 시벨리우스+브람스, 브람스 심포니 등 관현악 2회)에 저는 모두 참석하였습니다. 실내악 콘서트들도 하나 빠짐없이 높은 수준의 연주를 펼쳤으며 특히 이틀간두 개의 브람스 심포니를 포함한 관현악들을 연주한 SIMF 오케스트라가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참석한 음악 전문가들도 오케스트라가 최상의 소리를 이뤄냈다고 극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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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막 콘서트에서 브람스 1번 교향곡을 지휘한 Vasily Petrenko 지휘자와 SIMF 오케스트라

첫 번째 브람스 관현악 연주(대학축전, 이중협주곡, 4번 심포니)를 듣는 순간, 빈에 근무할 때 한 음악애호가가 전해준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Berliner Philharmoniker)과 빈 필(Wiener Philharmoniker)을 비교할 때 전자가 벨벳(velvet)이라면 후자는 실크(silk)라고 하면서 빈 필이 소재하는 도시에 살고 있음을 자랑스러워하였습니다. 이번 SIMF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제게는 실크로 다가왔습니다. 루체른(Lucern) 페스티벌처럼 페스티벌을 위해 특별히 조직된 오케스트라들은 악기별 최고 수준의 솔로이스트들을 모아서 이들을 중심으로 연주합니다. 노련미가 넘치는 그들이 연습을 통해 서로 교감과 조화를 이루어 빚어내는 음악이 최상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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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F 오케스트라가 바로 그렇습니다. 서울국제음악제를 위해 특별히 조직된 이 오케스트라는 국제음악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국내외의 유수한 연주자들을 포괄하고 있으며 오푸스 앙상블(Ensemble OPUS)이라는 특별한 음악 단체를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바이올린의 백주영, 비올라의 김상진, 첼로의 김민지 등 현직 음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하는 수준 높은 현악기 연주자들과 여타 유수한 관악과 성악 연주자들의 모임으로서 작곡가 류재준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의 음악적 비전과 목표를 주축으로 연주 활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오푸스 앙상블의 주요 멤버들이 커튼콜에 답하고 있다

파트별 최고 수준의 음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하여 대부분 그들의 동료·제자들을 아우르는 모임이므로 시작부터 교감과 조화가 갖춰져 있습니다.

서울국제음악제는 2008년, 당시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임성준 전 주 캐나다 대사와 류재준 작곡가가 주도하여 폴란드의 바르샤바 베토벤 축제를 본떠 창설한 국제음악제로서 음악을 통한 국제교류, 국내 클래식 음악의 저변 확산, 음악 영재 양성 등을 목표로 활동해왔습니다. 88올림픽에 즈음하여 교향곡 5번 '코리아'를 작곡한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겸 지휘자 펜데레츠키(Krzysztof Penderetsky, 1933~2020) 선생과의 긴밀한 협조도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가 여러 번 오케스트라 지휘봉을 잡기도 한 서울국제음악제는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과 폴란드문화재단 등 국내외 문화예술 단체들과 연계한 음악 프로그램들도 운영해왔으며 근래에 와서는 국내 후원과 자체 예산만으로 음악제를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제15회 음악제에서는 한·핀란드 수교 50주년을 맞아 핀란드 음악의 날을 정하여 시벨리우스 음악을 위주로 연주회를 갖기도 하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주한 핀란드대사는 시벨리우스를 비롯한 기라성 같은 핀란드 음악의 거장들을 소개하는 한편 한국의 음악 수준을 높이 평가하면서 한국과 핀란드 간 음악을 통한 교류협력에 큰 기대를 표명하였습니다.

마침 이스라엘·하마스간 전쟁이 일어난 직후여서 핀란드대사의 축사에 이어, 한 참가 연주자의 이스라엘 거주 어머니의 참담한 상황을 감안한 특별 메시지 발표도 있었습니다. 류재준 예술감독이 서울국제음악제를 대표하여,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이 전쟁의 모든 희생자에 대한 조의를 표함과 아울러 조속한 평화 회복을 기원한다는 엄중한 메시지를 발표함으로써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청중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습니다. 이처럼 서울국제음악제는 음악을 통한 세계평화를 지향한다는 목표도 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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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준 예술감독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평화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류재준 예술감독은 20여 년 전 작곡에 전념하기 위해 서울대 음대 교수직을 내려놓고 온전히 작곡과 음악제 기획에 정열을 쏟아오고 있습니다. 그가 최근 작곡한 2번 심포니(2021년 제13회 서울국제음악제에서 초연)는 라디오프랑스 오케스트라에서도 연주되어 프랑스 음악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또한 로얄필하모닉,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등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로 부터 많은 작곡 의뢰를 받아 작업해오고 있으며 지난 8월 국내에서 초연된 그의 장엄미사(Missa Solemnis)는 극찬을 받아 국외 여러 오케스트라로부터 연주 신청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 수준의 음악가들뿐 아니라 차세대를 주도할 음악 영재들이 넘쳐날 정도로 많아 세계인들로 부터 찬사와 함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가 클래식 음악 강국으로 부상하였기에 세계의 음악가들이 선망의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서울국제음악제를 비롯하여 평창대관령국제음악제, 통영국제음악제 등 국제음악제들이 여럿 있고 서울뿐 아니라 전국 주요 도시에서도 매일같이 크고 작은 콘서트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중 서울국제음악제는 장소가 서울이라는 큰 이점에다 대형 콘서트홀들을 활용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음악제라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서울시향과 함께 수도 서울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국제음악축제라고 하겠습니다.

서울국제음악제에 오기 위해 싱가포르 등 주변국에서 고정적으로 오는 음악 애호가 외국인들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스위스 어느 방송사에서 문화담당기자로 일하는 분(프랑스인) 내외가 미리 알고 한국 방문 기간 중 일부러 찾아왔는데 이들은 페막콘서트 때 청중석에서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서울국제음악제는 음악 강국인 대한민국 서울의 주요 문화예술 행사로서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봅니다.

서울국제음악제를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음악제처럼 우리나라의 대표 국제 음악 행사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한 정부와 서울시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요청됩니다. 현재의 순수 민간 운영체제로는 이처럼 대규모 국제 음악 행사를 유지해 나가는 데도 어려움이 적지 않아 관계자로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아울러 음악애호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서울국제음악제 콘서트에 참가하면서 선진국처럼 후원회 활동도 보다 활발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특유의 관습상 꼭 초대받아 가는 것보다 티켓을 사서 가는 콘서트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앞으로 음악 선진국으로 가는 데 있어 중요한 과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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