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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1-11-13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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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발언대] [우림단상 언론중재법 개정안, 어떻게 해야 하나] 202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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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림단상 언론중재법 개정안, 어떻게 해야 하나] 2021.11.13.

 

2021년 여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언론중재법 개정 문제가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에 의해 다시 소환되었다. 2021114일 이재명 후보는 여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가짜뉴스'에 대해 징벌적 책임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하면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하자는 제안을 했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오는 연말까지 미루어진 언론중재법 개정안 재논의 계획은 폐기되어야 한다.

소위 말하는 언론중재법(공식 명칭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 논의는 집권 여당이 절대다수 의석(민주당과 시민당이 총 180석의 의석을 차지)을 차지한 415 총선 이후 구체화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언론의 책임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대안 제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광고비를 노려 사실과 거리가 먼 자극적 표현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오늘날의 YouTube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언론의 책임 확보 대책은 강구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방안은 언론의 자율 정화 기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실과 괴리된, 입법에 의한 강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효과적이지 못하다.

21대 국회(2020530~ 20245)에서 발의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20206월 이래 총 16개에 이른다. 개정안의 내용은 시기별로 다른 특징을 나타내는바, 21대 국회 개원 초반(2020)에 발의된 법안에는 정정보도에 초점이 두어졌으나, 2021년부터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제안되는 등 분위기가 바뀌었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언론중재법개정안은 819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를 통과하였으며, 825일 새벽 4시 여당 의원들만 참석한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처리됐다, 여당은 과반 의석을 활용해 이 법안을 830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임을 밝혔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와 학계 및 한국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피디연합회 등 국내 현업 언론인 단체들은 물론, 국경 없는 기자회(RSF)·세계신문협회(WAN-IFRA) 등 해외 주요 언론단체들까지 성명을 발표하고 시위를 하는 등 극렬하게 반발하였다. 언론과 사상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약할 우려가 있으며,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거에서다.

이러한 혼동에 휩싸인 여·야당은 2021926일까지 8인 협의체를 구성, 개정안을 마련하여 927일 본회의에 상정시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8인 협의체는 926일 마지막 회의를 끝낸 후 입장문을 내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열람차단청구권 도입에 대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결국 20211231일까지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에서 추가 논의키로 합의한 뒤 종료되었다.

그동안 '3권분립' 원칙을 내세우면서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며 거리두기를 해왔던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831일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놓고 숙성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고, 국민의 알권리와 함께 특별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 악의적인 허위 보도나 가짜뉴스에 의한 피해자의 보호도 매우 중요하다며 신속하게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고, 정신적물질적사회적 피해로부터 완전하게 회복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또한 언론의 각별한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언론중재법 논란에서 판단의 기준점은 무엇보다도 언론·출판 등 표현의 자유와 피해구제 사이의 균형 보장이다.

인간 사회의 여러 제도에서 언론의 자유(freedom of speech), 사상의 자유(freedom of thought), 대학의 자유(academic freedom) 등을 허용보장하는 것은 새로운 생각의 싹을 키우고 보호하기 위해서다. 못난 권력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내용과 같이 강제로 새로운 생각의 싹을 억누르는 분위기 속에서는 BTS, 기생충, 오징어게임과 같은 문화적 걸작물들이 결코 태어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기원전 213년 진시황의 분서(焚書)와 조선 시대 세조·예종·성종 조에 저질러진 수서령(收書令)의 역사적사상적 폐해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수서령은 조카 단종의 임금 자리를 빼앗아 정통성이 부족한 세조가 명()에 잘 보이기 위해 고조선 관련 서적 등 희귀 서적을 전국에서 거두어들인 사건으로, 뿌리 깊은 사대주의와 동북공정(東北工程)의 근원을 만든 사건이다. 역사를 신화로 묻어 버린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새로운 생각과 문화의 싹을 질식시켜 버릴 우려가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 재논의 계획은 폐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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