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림 단상 210417> 공직자의 공직관과 LH사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꼴이 되었다”. LH사태를 계기로 공직자들이 직무와 관련해 취득한 공적 정보를, 사적 이득을 취하는데 활용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공직자들에게는, 살림살이 걱정 없이 그리고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공정하게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부가혜택(fringe benefit)을 부여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이 대표적이다.
철인정치를 부르짖은 플라톤은 공직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공익(公益)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집, 토지, 금전 등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극단적 생각을 지녔다. 그 대신 공직자들의 삶의 비용은 국가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플라톤은, 공직자들이 물질적 유혹을 떨치지 못하면 국가 운영에 부패가 만연하게 된다는 차원에서 공직자들은 성직자와 같은 금욕주의적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플라톤은 나아가 이상적 공동체(koinonia)에서는 어린이는 물론 심지어 부인까지 공유(共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실제로 플라톤 자신에게는 아내도, 자식도 없었다. 플라톤의 이상국가 구상에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 때, 비현실적 요소들이 들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토피아를 추구한 토마스 모어도, 공직자들이 그 자신과 친지들의 이익을 고려하거나 재산에 대해 가치를 두어서는 아니 된다고 강조하면서 공직자는 재산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LH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LH임직원과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에 이어 중앙부처 공무원까지 땅투기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수사본부는 즉 현직 행정안전부 공무원 등이 투기 목적으로 세종시 공무원과 공동으로 개발예정지 인근에 땅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더 구체적으로 밝히면 국가수사본부는 투기를 위하여 농지를 산 중앙부처 공무원 6명 등 45명을 무더기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모든 사태는 공직자들의 국가관, 공직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데 기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초기 장 아무개 중앙공무원 교육원(현재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명칭 변경) 신임 원장의 초청으로 파이낸스 빌딩에서 점심식사를 한 적이 있다. 교수부장 등 측근 참모 몇 분을 대동한 원장은 정권이 진보정권에서 보수정권으로 바뀌었으니 공무원 교육 내용도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장차관 등 강사진이 강의할 주제 250여 가지를 제시하였다. 필자는 정권이 바뀌어도 ‘공직윤리’ 등 변하지 않아야 할 주제가 70% 정도 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였다. 박근혜 행정부 초기에는 신임 옥 아무개 중앙공무원교육원장으로부터 20여 명의 원내 교수진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정부의 각급 공무원 교육원에서는 정책 분석 등 일반 대학에서 가르치는 과목을 중복하여 가르칠 것이 아니라, 공직관 등을 정립하기 위한 교육에 중점 둬야 할 것이라고 얘기한 기억이 난다. 사관생도들에게 국가관과 사생관을 심어 주듯이.
때마침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 국회의 첫 문턱을 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의 공무 수행과 관련된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도록 해서 사익추구 행위를 예방하고 직무 수행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사후 처벌 등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에서 논의가 중단된 지 6년 만에 LH 사태 여파로 여야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공기관 임직원이 관련 토지와 부동산을 보유하거나 샀을 때는 14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하는 조항도 넣었다. 비밀정보를 '직무상 미공개정보'로 개념을 확대했고 퇴직 후 3년 동안 규정을 적용해 업무상 취득한 미공개정보를 활용할 수 없도록 했다. 가족채용 제한 대상도 공공기관은 물론 산하기관과 산하기관이 투자한 자회사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수의계약 체결 제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되었다 하더라도 문제는 공무원 교육의 체계가 아직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더욱이 이제 겨우 교재 개발 초기 단계에 놓여 있는 공기업 임직원에 대한 교육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기껏해야 공기업 운영에 있어서는 “기업성과 공공성이 균형 있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추상적 언급에 그치고 있다.
마무리하여 얘기하자면, 공기업 임직원까지 포함된 공직 담당자 교육에서 공직관 확립을 위한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긴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