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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1-03-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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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발언대] <축사: 국가정보연구회 발족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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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국가정보연구회 발족에 즈음하여> 이종수(전 한국행정학회장)

 

국가정보 부문을 학문의 영역에 포함시키는 국가정보 연구회 발족을 축하한다.

2000년대 초반 필자가 한 시민단체의 상임집행위원장 일을 하고 있을 때 독일 아데나워 재단의 치맥 한국 지소장이라는 분이 찾아와 공동세미나 개최를 제안해 온 적이 있다. 내용인즉슨, 아데나워 재단은 지난 반 세기 동안 한국의 정치·사회 민주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지원해 왔는데 앞으로는 사회적 시장경제체제의 도입·발전을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그 첫 사업으로 공동세미나를 개최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도 모두 만나 설명했다고 하면서. 나는 사회적이라는 용어가 한국 사회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바, 그 용어를 독일식으로 바꾸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 사회의 장기적 발전 방향을 정치 중립적 시각에서 꾸준히 모색·연구하는 기관이 없는 점을 아쉬워해 온 필자는 국정원이 그러한 역할을 맡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해외 정보라는 고유 영역은 확고하게 지키면서. 정부 기관의 기능 재조정이 있을 때마다 수사 기능을 어떻게 하고 안보 및 정보 기능을 어디에 줘야 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이제 국내 정치에 기웃거리는 잘못된 폐습과 과거의 영광?’을 습관적으로 되뇌는 의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탈피할 때가 되었다. 물론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약간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미국 정가를 20여 년간 쥐고 흔든 후버 FBI 국장과 같은 성공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나, 항상 경계하고 명심해야 할 것은 관료들의 제국 건설(empire building)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LH 사태를 둘러싸고 뜨겁다. 공적 책임을 지고 있는 기관의 임직원들의 공직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사태를 우리는 생생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대가 바뀌면 구호도 바뀌어야 한다. ‘음지(陰地)에서.....’라고 새긴 큰 돌덩이도 이제 땅속 깊이 묻어야 한다. 정보를 다루는 기관에서 모든 것을 속속들이 밝힐 수는 없을 것이나 민주통제의 영역을 점차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 전직 대통령조차 정보기관의 어두운 자금을 받아 쓴 사실이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는가? 음습한 어두운 곳에서는 모든 것을 비밀스럽게 처리하려 하면서 민주통제를 벗어나려 한다. 이제 새로이 탄생할 정보기관에서는 음지가 아닌 태양이 비치는 양지(陽地)에서 활동하는 영역을 넓혀야 할 것이다.

국가정보 연구회 발족을 계기로 우리 사회 공직자들의 공직관이 확고하게 재정립되고 국가사회 전반의 발전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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