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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02-2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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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발언대] [우림단상 200225] 우물쭈물하다 게도 구럭도 다 놓친 대통령보다 ‘결단력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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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림단상 200225] 우물쭈물하다 게도 구럭도 다 놓친 대통령보다 결단력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

 

코로나19’의 여파(餘波)가 만만치 않다. 거친 바람과 세찬 파도가 아직 가시지 않았으니, 여파(aftermath)’가 아니라 풍파(風波)라고 해야 하나. 경제가 망가지는 것은 이미 눈 앞에 보이고, 이참에 몇몇 나라의 지도자도 스러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인구 백만 명 남짓한 인도양의 조그만 섬나라 모리셔스에서 한국인 신혼부부 17쌍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입국도 출국도 시켜주지 않은 상황에서 어딘지도 모르는 병원이 아닌 장소로 옮겨져 불안에 떨고 있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자기 일처럼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당초 경제를 생각한다는 명분으로 그리고 선의로 중국인들의 입국을 처음부터 금지시키지 않은 한국 정부는 이제 중국으로부터도 조롱 받는 신세가 되었다. 오늘까지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 국가는 이스라엘, 키리바시, 바레인, 사모아, 미국령 사모아, 요르단, 홍콩, 베트남까지 모두 여덟 나라이나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새겨진 "우물쭈물하다 내 언젠가 이 꼴 날 줄 알았지(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라는 문구가 겹쳐 생각나는 대목이다.

정치지도자의 기본 책무는, 어느 나라에 있어서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기본 책무 속에는 국민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것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전쟁 없는 나라를 만들었다면서 외교를 첫 번 째 치적으로 내세우는 정부가 트럼프로부터, 시진핑으로부터, 그리고 김정은으로부터 한껏 조롱당하고 무시당하면서도, 뒷돈을 대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적지 않은 국민들은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게도 구럭도 잃다는 옛말이 생각난다. ‘해망구실(蟹網俱失)’이라는 그럴싸한 한자어까지 붙은 이 속담에 대해, 조선 순조 때 조재삼(趙在三)은 그가 엮은 송남잡식(松南雜識)에서 사람인 굴억(屈億)을 그물()이라 하는 것은 잘못이며 따라서 해망구실또한 잘못된 조어(造語)라고 하였다. 그가 소개한 속담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옛날 옛적 친한 친구 사이인 게()와 굴억(屈億)이 살았는데, 게의 아내가 용모도 준수하고 학문도 출중한 총각 굴억을 흠모하여 굴억과 가까워질 욕심으로 남편 게를 살해하자, 이 사실을 알게 된 굴억이 옛말에 사나이는 자신을 진정으로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를 위해 목숨도 바친다는 말이 있다.”고 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게의 아내는 결국 게도 잃고 굴억도 잃게 된 것이다.

문재인 행정부는 민생을 중시한다. 집권 초기 못사는 사람들에 초점을 둔 소득주도성장정책을 강조한 문 대통령은 집권 2년차인 2019년의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용어 자체를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물론 소득주도성장을 주창한 진보적 경제 참모들을 정부와 참모진에서 대부분 몰아낸 것은 그 이전의 일이다. ‘성장 정책에 익숙한 국민들과 보수진영의 저항이 아무리 거세다 하더라도 정권의 존재이유가 되고 있는 기조 정책을 너무 일찍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대 중국 정책만 해도 그렇다. 경제를 중시하는, 다른 말로 하면, ‘성장일변도 정책으로 이미 기조를 바꾼 정부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 속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망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경제를 방패삼아 지나치게 안일하게 대응해 온 것은 사실이다.

모든 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결코 소홀하게 취급 되어서는 아니 될 덕목 가운데 하나가 결단력(decisiveness)’이다. 케네디 대통령이 오늘날까지 미국 국민들에게 기억되고 칭송받는 것은 쉽게 덜먹여지는 얼굴 잘생긴 미남이라서가 아니다. 소련과의 전쟁을 불사하고라도 쿠바 미사일 기지를 못 만들게 한 그의 결단력 때문이다.

결단력으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지도자는 결국 잊혀진 사람(forgotten people)'으로 역사에 기록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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