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먹구름이 세계를 잔뜩 뒤덮고 있다. 이러다가 제3차 세계 대전이라도 발발하는 건 아닌지 지구촌 모두가 긴장하고 있다. 2년째 접어들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그러하고, 확전의 갈림길에서 날로 확산되고 있는 중동의 전쟁도 그러하다. 또한 날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중국-대만 간의 양안(兩岸) 문제는, 한반도 정세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Permanent members of the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체제에 의존하는 국제연합(United Nations: UN)과,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 등 기존의 국제기구들은 그 역할과 수명(壽命)을 다한 듯이 보인다. 동북아시아 안보·경제 공동체’ 건설을 통해 새로운 국제 질서 모델을 만들자고 제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창설된 국제연합은 몇몇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등으로 국제 평화와 안전에 전혀 이바지를 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의 실패에서 출발한 국제연합은 세계 대전과 같은 대규모 전쟁을 막기 위해 출범하였다. 그러나 국제연맹에는 출범 시점부터 미국이 참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만장일치제를 채택, 강대국들의 특권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국제 분쟁을 제어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연합은 출발점부터 “강대국 연합”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었다.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5개국으로 이루어져 있는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은 거부권을 지니고 있어 5개국 중 한 국가라고 거부권을 행사하면 다른 4개국이 찬성하더라도 관련 안건은 기각된다. 오늘날 반서방 진영인 중화인민공화국과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행동에 ‘부당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국제사회는 이를 제재할 수단과 힘이 없다. 상임이사국들은 오늘날 핵무기도 과점하고 있다.
상임이사국은 모두 제2차 세계 대전의 전승국으로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중화인민공화국과 러시아 두 나라가 교체된 바 있으며, 프랑스는 상임이사국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포함되지 않았었다. 오늘날의 상임이사국 체제는 인도 등 강대국을 포함하지 않고 있을 뿐더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중국과 러시아 등 몇몇 국가의 거부권 행사 때문에 국제사회의 평화 유지를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밝혔듯이 집단안전보장조약기구로서의 북대서양조약기구도 그리고 유럽연합과 같은 지역 안보·경제공동체도 그 역사적 역할을 다한 듯 보인다. 냉전 시기인 1949년 4월 4일 창설된 북대서양조약기구는 당초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북미와 서부·중부 유럽 국가들 중심으로 창설되었으나, 베를린 봉쇄로 위기감을 느낀 북유럽과 남유럽 국가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창설국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상대기구로서의 바르샤바조약기구와 동유럽이 해체되면서 헝가리 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들도 대거 참여하게 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는 빈껍데기나 다름없게 역할이 없어지게 되었다.
1923년 칼레기(Coudenhove-Kalergi)의 ‘유럽연합선언(manifesto Paneuropa)’에 의해 통일유럽국(Unified European State)의 아이디어가 제시된 뒤 1967년 7월 1일 탄생하게 된 유럽연합도 영국의 탈퇴(2020년 1월 31일)로 그 빛이 바래게 되었다.
필자가 주창코자 하는 ‘동북아시아 안보·경제공동체’는 이미 역사적 역할을 다한 여러 국제 기구들을 대체, 새로운 국제 질서를 창출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구상중인 ‘동북아시아 안보·경제공동체’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리적 측면에서 이 공동체는 만주 지역과 사할린을 포함한 연해주 일대 그리고 한반도를 포함한다. 가시적으로 얘기하자면 옛 발해 지역과 한반도를 포함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안보적·경제적 측면에서 이 공동체는 유럽연합 수준의 안보·경제공동체의 특징을 지닌 것으로 상정할 수 있다.
이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많을 것이다. 우선 주변 관계국들의 적극적 동의와 참여가 필수적일 것이며, 몇 십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발상에서부터 구현까지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닐 것이다. 미래의 새로운 국제기구로서의 ‘동북아시아 안보·경제공동체’에서는, 이제 그 수명을 다해 몇몇 상임이사국들의 ‘행패 부리기’ 이외의 국제적 갈등 해소에 아무런 기여가 없는,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체제와 같은 불균형적 권한 배분은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 새로운 국제기구가 끝이 보이지 않게 확대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부담을 해소하고, 남·북한 핵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 지구적 갈등과 분쟁을 해결해 줄 뿐만 아니라, 이미 한계를 드러낸 국제연합, 유럽연합, 북대서양조약기구 등 기존의 국제기구를 대체할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